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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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0년의 31번째 주일입니다. 1년에 대개 52번의 주일이 있으니까, 올해는 이제 주일이 21번 남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가 지난 3월 15일에 처음 온라인 예배를 시작한 때로부터 오늘이 21번째 주일입니다. 그러니까 이 정도 시간이 한 번 더 흐르고 나면 2020년이 그냥 끝나버린다는 말이 됩니다.
어제는 새벽기도를 하는데 문득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부활절뿐 아니라 성탄절도 그냥 지나가 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이번 크리스마스도 그냥 지나가게 생겼는데 어떡하면 좋습니까?” 하고 슬픈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후 주일 준비를 위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원래 어떤 행사 계획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니, 어린이여름성경학교를 못한 채 그냥 지나갔고, 청소년 수련회도 취소되었고, 청소년 단기선교 역시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Labor Day 때 진행하던 목자가족수련회나 작년에 했던 것과 같은 전 교회 야유회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정교회 집회나 콜럼버스 지역 연합부흥성회로도 모일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과 성탄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생각들로 마음이 착잡하고 슬펐는데, 그때 갑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성경 말씀이 있었습니다.
“너희가 지난 칠십 년 동안, 다섯째 달과 일곱째 달에 금식하며 애곡하기는 하였으나, 너희가 진정, 나를 생각하여서 금식한 적이 있느냐?” (스가랴 7:5, 새번역)
BC 586년 바벨론에 의해 유다가 멸망당한 이후 70년의 포로생활 동안 유다 백성은 매년 네 차례씩 특별 금식을 했는데, 그 중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것을 기억하며 5월 10일에 금식을 했습니다. 스가랴가 활동하던 시기는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성전을 다시 세우고 있던 때였는데, 성전이 파괴된 날을 기억하며 해오던 5월 금식을 계속 해야 하느냐고 사람들이 와서 질문했습니다.
그 질문을 받고 하나님이 하신 대답이 바로 위에 있는 구절인데, 이렇게 말씀하신 것과도 같습니다. ‘너희가 지난 70년 동안 금식하고 애통한 것은 사실인데, 그 금식이 정말 나를 위하여 한 것이냐? 너희가 금식을 하든지 안 하든지 나는 관심 없다. 대신 나는 왜 너희가 금식을 하는지, 그 마음의 동기에 관심이 있다.’ 유다 백성이 무려 70년 동안이나 금식을 해왔지만, 하나님은 그것이 정말로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이 말씀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금식뿐 아니라 모든 영적 활동이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순절과 고난주일을 지나며 금식기도를 하는 것도, 부활절이나 성탄절 때 기뻐하며 축하하는 것도, 그 외의 어떤 모임이나 행사도, 올바른 마음의 동기 없이 형식적으로 되거나 우리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예배나 집회나 행사로 함께 모이지 못하지만, 오히려 이때가 신앙생활의 ‘진정성’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고난주간,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특별 절기 때마다 혹시 우리 자신의 만족을 위해 행사를 했던 것은 아닌지, 연말 연휴라고 샤핑하거나 놀러가는 데 치중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말 주님께 초점을 맞추고 제대로 해보리라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