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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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20세에 미국으로 이민 온 1세대 이민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1세이기는 해도, 한국에서 성인이 되어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도 하다 온 1세들과는 또 다릅니다. 제가 한국에서 20년 이상 살기는 했어도, 성인이 되자마자 이민 왔기 때문에 미국의 시스템보다 한국의 시스템을 더 모릅니다.
더구나 이제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산 기간이 훨씬 더 길어졌고, 한국 시민으로 살았던 기간과 미국 시민으로 살아온 기간도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을 소개할 때 1.2세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태어난 2세나 어릴 때 이민 와서 자란 1.5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1세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부터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이 미국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와 아시아에서부터 이민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다가, 특히 20세기 후반부터는 수많은 민족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보니까, 미국뿐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들 안에도 바로 그런 다양성이 이전보다 더욱 두드러진 것을 발견합니다. 한 예로, 이전에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 나라들은 전부 다 백인 선수들이었는데, 지금은 흑인을 비롯하여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들이 꽤 많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다양한 구성을 이룬 나라는 역시 미국입니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아주 다양하고, 무슬림 이름을 가진 선수도 있으며, 펜싱선수 중에는 이슬람 여인들이 쓰는 히잡을 머리에 쓰고 경기를 한 선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민자 출신과는 구별되는 또 다른 부류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대표선수가 되기 위해 귀화를 한 선수들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출신 탁구선수들이 여러 나라의 대표선수가 되어 이번에 출전한 것입니다. 3천만 명이나 되는 중국의 탁구선수들 중에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선수들이 여러 나라에 귀화하여 그 나라의 탁구 국가대표선수로 출전한 것입니다. 한국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습니다.
여자 골프의 경우에도, 금메달을 딴 한국의 박인비 선수를 비롯해서 한국 선수는 4명이었지만, 현재 세계랭킹 1위이자 은메달을 딴 리디아 고(Lydia Ko) 선수는 뉴질랜드 대표이고, 이민지 선수는 호주 대표로 나왔습니다. 겉모습은 모두 한국 사람인데 국적은 서로 달랐습니다. 이런 경우가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귀화의 이유가 대회에 출전하려는 본인의 의지 때문이든지 아니면 일부 중동 국가들처럼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든지 간에, 이제 사람들은 국적을 바꾸는 것을 별로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하면 얼마든지 국적을 바꾸거나 이중 국적을 취득하고, 굳이 바꿀 필요가 없으면 그냥 원래 국적으로 살아갑니다. 아니면 국적을 바꿨다가도 원래 나라의 국적으로 다시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래 사회에는 이런 현상이 사회 전반에 더욱 두드러지게 됩니다. 과거에는 자기가 태어난 나라의 한계를 벗어나기가 힘들었지만, 미래 사회에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든지 국적이나 거주지를 바꾸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나라 안에서의 이동이든 국제적 이동이든, 사람들은 이사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앞으로는 어디서 사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인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미국에 살아도 좋고 한국에 살아도 좋으며 아프리카에서 살아도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목적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