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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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는 “제자를 만들라”(마태 28:19)고 하신 예수님의 명령, 즉 교회의 존재 목적에 충실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초대 교회는 화려한 건물은 없었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존재했고, 초대 교인들은 예수님의 이름을 위해 생명까지도 드렸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되면서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소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신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이 지어지고, 권력과 부를 누리게 되었으며, 아름다운 기독교 예술과 문화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수록 교회는 영적으로 침체되어 갔고, 교회가 그토록 번성했던 중세시대를 가리켜 역사에서도 ‘암흑기’라고 부릅니다. 결국 복음으로 꽃을 피웠던 유럽의 교회들은 웅장한 건물만 남긴 채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사도들이 복음을 전하고 세웠던 교회들 역시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초대 교회가 생명을 걸고 전했던 예수님의 복음은 전 세계에 퍼졌고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도 여기서 활동했던 흔적들은 다 사라지겠지만, 우리가 전한 복음의 역사는 계속해서 진행될 것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교회도 유럽 교회와 같이 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10년에서 20년 내에 한국 교회가 급격히 쇠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암울한 상황입니다. 그 주된 원인은, 교회가 교회로서의 사명, 즉 복음을 전하여 영혼 구원하는 일에는 약해지고, 믿는 사람들끼리 ‘우리들만의 잔치’를 오랫동안 벌여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믿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한 교회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의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제자로 신실하게 성장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나아갈수록 이상하게도 기복주의, 물질만능주의, 성적 타락, 권력욕 같은 것들이 교회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죽어서 하나님 앞에 설 때 ‘네가 목회한 교회는 교인이 몇 명이었느냐?’라고 물으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너는 한 영혼을 구원하여 그리스도의 제자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느냐?’라고 물으실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두렵고 떨림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을 구주와 주인으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모여,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이루기 위해 순종하며 나아가는 모임입니다. 잃어버린 한 영혼을 찾아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이끌어주고 주님의 제자로 자라도록 돕는 것, 바로 그것이 주님께서 이 세상에 교회를 세우신 목적이며 지금도 교회에게서 원하시는 일입니다.
한국 텔레비전 방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 중 하나인 <무한도전>이 있습니다. 10년도 넘게 장수하는 이 프로그램의 첫 이름은 원래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출연진들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깨어지고, 서로 다투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면서, 웃음도 유발하고 감동도 전해줍니다.
우리 교회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마치 ‘무모한 도전’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믿지 않는 분들을 주님께 인도해보자고 나아가는데, 그 동안 예수님을 믿게 된 분들이 여러 명 나왔지만,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하여 그 열매가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영혼 구원하여 제자를 만들기 위해 애쓰며 나아가는 것은 주님께서 명령하신 교회의 본질에 순종하려는 몸부림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무한한 도전’, 즉 ‘무한히 힘쓰며 나아갈 도전’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