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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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를 읽다 보면 종종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작년 2월의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한겨레신문의 이무석 박사 인터뷰였습니다. 당시 한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가장이 자기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전인 2014년 2월에는 소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었습니다. 송파구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더불어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놓아두고 자살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타까운 형편이었던 송파 세 모녀와는 달리, 강남에서 자기 가족을 죽인 그 남자는, 2년 전 실직한 뒤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하다 2억 7천만 원을 날리긴 했어도, 여전히 10억 원대 아파트에 살며 외제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빈곤층이 볼 때는 엄청난 부자였기 때문에, 그의 극단적인 선택은 더욱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늘 불안하게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신앙인으로서 교회 장로이기도 하며, 여러 베스트셀러 책을 낸 정신분석의 대가이자 전 전남대 의대 정신과 교수인 이무석 박사를 신문사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신문기사에 난 것입니다. 제가 이전에도 이분이 쓴 글을 많이 언급했었는데, 그만큼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교회 도서실에도 이분의 책들이 있으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무석 박사는, 불안에도 ‘정상적인 불안’과 ‘병적인 불안’이라는 두 종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정상적인 불안’이란 불안할 만한 일이 생겨서 불안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 대한 대처만 잘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병적인 불안’은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불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이 ‘병적인 불안’은 대부분 어릴 때 받은 상처에서 생긴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접시를 깨뜨렸을 때 보통 엄마라면 “어휴, 조심 좀 하지!” 정도로 야단을 칩니다. 그런데 어떤 엄마가 그럴 때 ‘집안을 말아먹을 놈’이라고 욕하고 매를 때리면서, 그릇 값만큼 굶으라고 윽박지르는 식의 경험이 쌓이면, 그 후에는 조금만 잘못해도 큰 벌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죄책감을 많이 느껴서 늘 ‘처벌 불안’에 시달리며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비난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무슨 문제만 생기면 그것이 남들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자기를 비난하기 때문에 회피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이 잘 풀릴 때는 괜찮지만, 어려움이 생기면 곧장 ‘올 것이 왔구나. 내 이럴 줄 알았다’ 하는 자기 비난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열등감이 많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도 치유될 수 있습니다. 이무석 교수는 이들을 위한 치유의 길로 ‘자기 고백’과 ‘자기 위로’를 제시합니다. 즉, 고백을 통해 마음속의 나쁜 감정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밖에서부터 위로의 말이 마음속으로 들어올 때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일수록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필요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치유 방법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목장에서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목장에서 자기 속마음을 말하며 나누는 ‘자기 고백’을 합니다. 그러면 다른 지체들이 듣고 따뜻한 말로 격려해주며 함께 기도해주는 ‘위로’를 실행합니다. 성실한 목장생활 가운데 나눔을 제대로 할 때 치유가 일어나고 기도의 응답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