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단 단체에서 활동하던 청년 하나가 어느 날 한 교회의 목사님을 찾아왔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단인 줄 모르고 들어가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중에 아무래도 그들의 교리가 이상하다고 느꼈고, 성경에도 없는 이야기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 대하여 바르게 배우고 싶어서 이 교회를 찾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목사님은 그 청년이 다른 청년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었습니다. 그는 똑똑하고 열정 있는 청년이어서,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는 가운데 청년 담당 교역자와도 여러 번 논쟁을 벌일 정도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은 조금씩 말씀을 바르게 알아 갔고 다른 청년들과도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 담당 교역자는 그 청년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가 다시 원래의 이단 단체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 청년과 함께 성경공부를 했던 청년들과 담당 교역자는 이단으로 가면 안 된다고 하며 그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그 청년은 자신의 결심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다시 돌아가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 교회에 와서 성경에 대하여 바르게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는 바른 성경에 대해 알았으니 제가 배운 것을 그 단체에 돌아가 잘 전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단체로 돌아가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그곳에는 진짜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교회에는 진짜 사랑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는 정통 교리가 있고 바른 성경공부를 통한 가르침도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는 성경의 핵심인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여 실망해서 떠나기로 했다는 것은 정말 충격입니다. 혹시 우리도 그런 면은 없는지, 진리를 붙들고 외치면서도 정작 사랑의 실천은 부족하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위의 이야기와 동시에 지난주 큐티(QT)를 하다가 제가 20년 이상 구독하고 있는 큐티 매거진 <생명의 삶>에서 읽은 초대교회 성도들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초대교회 시기인 2세기 초에 소아시아 비두니아 총독이던 플리니(Gaius Pliny)가 로마 황제 트라얀(Trajan)에게 보낸 보고서 형식의 편지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황제시여! 저는 몇 명의 부하들을 그리스도인으로 위장시켜 교회 공동체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거기서 세례도 받게 하고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그들의 모든 것을 살펴보게 했습니다. 부하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자기들의 신으로 예배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들은 모여서 어떤 범죄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여서 절도, 강도, 간통 등을 하지 말기로 서약을 합니다. 모임 후 그들은 일단 헤어졌다가, 식사를 함께 나누기 위해 다시 모입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을 괴롭히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는 사실입니다. 황제시여! 그들은 로마의 관리들과 황제 폐하를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코 진리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사랑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깊이 새기게 해주는 이야기들입니다. 사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제자들에게 주신 ‘새 계명’을 통해 이미 알려주신 것입니다.

“이제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 (요한복음 13:34-35, 새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