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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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0월 31일은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로 유명합니다. 대개 아이들이 이런저런 캐릭터로 분장하고 집집이 찾아다니며 캔디를 받는 날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날은 사실 종교개혁일(Reformation Day)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1517년 10월 31일에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의 정문에 교황에 대한 95개 반박문을 붙인 것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당시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당 신축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교황이 면죄부 발행을 남발하자, 비텐베르크(Wittenberg) 대학의 신학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가 이에 항의하여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인 것입니다. 루터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면죄부 판매를 비판했고, 교황의 권위가 아니라 오직 성경의 권위를 강조했으며,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는 ‘이신칭의’를 선포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종교개혁의 시작이었으며, 이것을 기념하는 날이 10월 31일 종교개혁일입니다.
루터를 비롯한 종교 개혁자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여러 나라의 개신교 교회들은 10월 31일의 바로 직전에 오는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킵니다. 그러니까 바로 오늘이 올해의 종교개혁주일입니다.
지난 2019년에도 올해와 같이 10월 마지막 주일이 27일이었는데, 그해에 전 세계 개신교 교회들이 아주 난리가 났었습니다. 루터의 종교개혁으로부터 500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교회에서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으로 여러 행사를 벌였고, 종교개혁에 대한 세미나도 많이 열렸으며, 특히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독일의 비텐베르크를 비롯하여 소위 종교개혁 성지순례를 가는 것이 큰 인기를 끌어서 기독교 계통 여행사들이 특수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떠들썩하게 야단법석(?)을 떤 것에 비해 사실상 별것이 없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부흥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교회 내에 새롭게 개혁운동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많은 행사와 집회를 벌이며 겉으로만 요란했을 뿐입니다.
루터뿐 아니라 스위스 취리히의 울리히 츠빙글리(Ulrich Zwingli)와 제네바의 장 칼뱅(John Calvin) 등 종교 개혁자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성경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애를 바친 그분들의 그 헌신 앞에 절로 고개 숙이게 됩니다. 그분들은 결코 시끄럽게 행사를 벌이거나 자기 영광을 위해서 앞에 나선 게 아닙니다. 순수하게 성경의 진리를 지키고 그대로 살기 위해 생명을 걸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지난 2015년 안식월로 유럽에 갔을 때 우리 장로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장 칼뱅이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했습니다. 그때 칼뱅이 시무했던 성베드로 교회(St Pierre Cathedral)를 가보았는데, 원래 성당이었던 건물이라 보통 성당 구조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종교개혁 박물관을 방문해서 여러 스토리를 접하며 숙연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제네바 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던 종교개혁 공원에도 가보았는데, 칼뱅을 비롯한 몇몇 종교 개혁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벽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종교개혁은 화려한 행사를 벌인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500주년이 되었다고 그냥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종교개혁은 우리 삶에서 매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매일 하나님의 말씀에 겸손히 순종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종교개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