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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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어머니가 넘어져서 다치신 후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어 거의 2주가 되어 오는 지금까지 입원해서 치료받고 계십니다. 그때 급히 어머니께 다녀올 때는 아주 심각하시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후 아무것도 목으로 삼키지 못하시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심각한 상태가 되셨습니다.
입원 초기에는 넘어지며 다치신 머리를 검사하기 위해 CT Scan을 찍으셨고 제가 저번에 가 있던 동안에 MRI도 찍으셨는데, 바로 며칠 전 두 번째 MRI를 찍으셨습니다. 뇌 손상이 의심되었기 때문인데, 감사하게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몸은 일으키지 못하시지만, 그래도 정신은 분명하시다는 점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저번 주에 금요일 밤 비행기로 돌아오면서 시카고에 사는 동생이 와서 저와 교대했는데, 동생도 일 때문에 계속 엘에이에 머물 수가 없기에 저와 아내가 월요일에 어머니에게로 가고 동생은 일단 집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병원에 계시니까 저희가 간호해드리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고, 앞으로 재활 병원와 요양 병원으로 옮기시는 행정 절차를 알아보고 도와드리러 가는 것입니다.
지금 입원해 계신 병원에서 퇴원하신 다음에는 재활 병원으로 옮겨서 두 주 정도 계실 것 같은데, 그 후에는 앞으로 계속 머물 수 있는 요양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사시는 아파트에서 완전히 나와서 이사하셔야 하는데, 그때가 되면 다시 가서 집을 비우는 일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동생과 대화할 때마다 “앞으로는 어머니가 혼자 사실 수 없어 요양 병원에 들어가셔야 할 때가 올 거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그때가 온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부모님께 저의 집으로 이사를 오시도록 말씀드렸지만, 한인 의사들이 많은 코리아타운을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고, 또 이곳은 너무 추워서 못 가겠다고 하셨습니다.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곳으로 오실 것을 다시 말씀드렸지만, 여전히 거기서 할 일이 있으니 싫다고 하시며 계속 그곳에 머무셨습니다.
그러다 2년 전쯤부터는 더 이상 몇 시간 동안 날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힘든 몸 상태가 되셨고, 며칠씩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자주 찾아뵈었어야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그냥 이렇게 지내 올 수밖에 없어서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 넘어지신 일을 통해 결국 더 이상 혼자서는 지내실 수 없는 상태에 이르셨으니, 이전에 너무나 활동적이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지고 서글픔을 느낍니다.
얼마 전부터 어머니께서 부쩍 “이제는 내가 주님께로 갈 때가 다 된 것 같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제는 그 순간이 올 것에 대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때임을 느낍니다. 그래서 시카고에서 직장을 다니는 큰조카가 할머니를 뵙기 위하여 며칠 전 그곳에 갔고, 지금 졸업 프로젝트 때문에 뉴욕에 있는 저희 아들 은우도 아주 짧은 일정이지만 잠깐이라도 할머니를 뵙겠다고 주말에 뉴욕에서 엘에이로 가게 됩니다.
이 땅에서 어머니의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을 수도 있고, 별로 많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머니께서 아직 우리 곁에 계신다는 사실이며, 함께 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어 드려야겠다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