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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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과 오늘은 다른 목사님들이 말씀을 전해주시게 되었기에 평소보다 훨씬 여유 있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난주에는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기는 바람에 아주 바쁘게 지냈습니다. 원래 예정되었던 목요일 노회에서의 교육과 금요일 교회협의회 모임 외에도 노회 관련 일이 두 가지가 추가되었던 것입니다.
먼저, 월요일에는 노회 목회위원회(Commission on Ministry)의 정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주일 낮까지도 별 연락이 없어서 이번 달에는 안 모이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일 늦은 오후가 되어서 월요일에 모임이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목회위원회는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목사가 7명이고 장로가 7명이며 나머지 1명은 장로인 동시에 교회에서 목회할 수 있도록 노회에서 정식으로 위임한 평신도 목회자(Commissioned Pastor)입니다. 또한 노회 총무와 부총무도 함께 참석합니다.
목회위원회의 주된 기능은 노회에 소속한 모든 목회자와 교회들을 돌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노회 소속 83개 교회를 7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을 2명의 위원이 함께 돌보기로 정했는데, 이번 모임에서는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맡은 교회와 목회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다른 일정은 화요일에 있었습니다. 목회위원회에서 하는 일 가운데 중재 사역이 있는데, 저는 목회위원회의 여러 사역 중 인터뷰 팀과 중재 팀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노회로 중재 요청이 들어왔고, 노회 총무 목사님이 중재 팀에게 남녀 각 한 명씩을 요청했기에 제가 자원하여 화요일에는 중재 사역을 위해서 한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시카고 근교에 가서 받았던 중재 훈련 내용을 다시 보고 가서, 중재 위원인 다른 목사님과 서로 역할을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담임목사와 행정간사 사이에 소통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는데, 아마도 한국 교회였으면 노회에 중재까지는 요청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갈등이 더 확대되고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서 미리 노회에 중재를 요청하여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참 좋게 느껴졌습니다. 서로에게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최대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두 분의 마음이 참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세 번째는 원래 예정되었던 ‘경계 훈련(Boundaries Training)’으로, 목요일에 노회 사무실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이 훈련에 처음 참석했는데, 알고 보니 모든 노회 소속 목사는 3년에 한 번씩 이 훈련을 받도록 최근에 정해졌다고 합니다. 이 경계 훈련에서 다루는 분야가 많은데,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목사 윤리에 관한 것으로, 특히 성희롱과 아동 보호에 관한 훈련입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선을 넘지 않고 잘 경계를 지키도록 교육받는 것입니다.
결국 경계 훈련이란 것은 건강한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인데, 분명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교육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깊이 느낍니다. 건강한 관계는 이론만 배워서 세워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삶 속에서 연습하며 실천함으로써 세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장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목장에서 감사 제목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기도해주고 사랑을 실천할 때, 아름답고 건강한 관계가 세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이론이 아니라 연습과 실천을 통해 세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