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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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축구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축구에 관한 뉴스를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 최근에 대한축구협회가 엄청난 비판을 받는 것을 봅니다. 지난 5개월 동안 새로운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찾았는데, 감독 선임을 위한 기관인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선진 축구의 흐름과 현대식 전술에 능한 외국인 감독을 뽑을 것처럼 말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절차 없이 내국인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로 대한축구협회가 엄청나게 비판받는 것은 잘못된 절차 때문입니다. 100명이나 되는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직에 지원했고 아주 뛰어난 감독들도 있었지만, 그들 중 아무도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지원하지도 않은 감독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사실 위원장이 사퇴하고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와해 된 상황이었는데, 아무 면접도 없이 협회 이사 한 명이 단독으로 결정해버렸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국 사회가 이전에 비해 또 바뀐 것을 발견합니다. 축구협회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수가 50대나 60대이고, 이번 일을 비판하는 축구 전문가들과 선수 출신들은 대부분 30~40대입니다. 그들은 이번에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협회 고위층이 독단적으로 감독을 선임한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결정한 고위층 인사들은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반응했습니다.
사실 10여 년 전이었다면 그러한 감독 선임 절차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감독 선임 전에 축구협회장은 절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으며,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축구의 또 다른 레전드가 나서서, 너무 비판만 하지 말고 이왕 감독이 결정된 상황이니 이제는 서로 하나가 되어 안정되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결정된 일이니까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잘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분은 70대로서,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애초에 절차가 공정했다면 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이것은 단지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발견합니다. 세대 간에 큰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저 같은 50대 중후반이나 그 윗세대는 군사정권 시절을 겪었던 세대로서, 위에서 명령하면 따라야 하는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하고, 절차가 조금 잘못되었어도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고 여기는 산업화 세대입니다. 희생이 있어도 좋은 결과를 내면 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반면 40대 이하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경험하거나 그 이후 세대이고, 특히 20~30대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공정’을 꼽는 세대입니다. 그들이 볼 때 이번 일은 공정하지 않았고 절차를 무시한 결정이기 때문에,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절차를 중시하는 것은 사실 성경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올바른 과정을 밟으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할 때 좋아하시는 분이 아니라, 맡겨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 신실하게 최선을 다할 때 그 결과와 상관없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십니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며,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신실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