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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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4주가 되어 갑니다. 저희 부부가 LA를 방문하고 이틀 만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원래는 재활 병원이나 요양 병원으로 옮기시는 것을 도와 드리려고 갔던 계획이 바뀌어 장례를 치르게 되었고, 어머니가 사시던 집과 물건들을 정리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후에는 조금 휴식을 취하고 교회 사역을 재개하려 생각했었는데,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해 보니 지하 물탱크로부터 물이 새서 카펫과 가구와 물건들이 다 젖은 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도착한 뒤 전혀 쉬지 못한 채 새벽 4시가 넘도록 치우느라 굉장히 지쳤는데, 그 후 보험을 통해 연결된 회사 사람들이 나와 며칠 동안 같이 치우고 일하느라 정신없이 한 주를 보냈습니다. 특히 젖은 부분을 말린다고 첫 4일은 매일 24시간 내내 대형 온풍기와 선풍기들을 돌려댔고, 그 소음이 너무 커서 잠잘 때뿐 아니라 평소 생활하는 데에도 상당한 지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복잡했던 일들이 일단 정리되어 가고 있고 집안이 조용해지니까 문득문득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특히 주일 저녁마다 영상 통화로 어머니께 인사드리며 대화했었는데, 이제는 주일 저녁에 영상 통화를 할 어머니가 더 이상 이 땅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는 2년 전 예배 생방송을 중단한 이후로 설교만 녹화하는데, 예배 직후 교회 유튜브 채널에 자동으로 영상이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No view”라고 뜨며 아무도 안 본 것으로 되어 있다가, 조금 지나면 “조회수 1회”라고 뜹니다. 대부분 경우 그렇게 가장 먼저 1번으로 설교 영상을 본 사람이 바로 어머니셨습니다.
그러면서 영상 통화 때 “아범, 오늘 말씀이 지금까지 제일 좋았다. 은혜 많이 받았다.”라고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주가 되면 또다시 “오늘 말씀이 제일 좋았다. 은혜받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진짜 좋았던 면도 있으셨겠지만, 사실은 격려 차원에서 그렇게 말씀해주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첫 번째로 제 설교 영상을 보고 격려해주시던 어머니가 이 세상에 안 계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며, 격려해주시던 그 목소리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주일 일정이 다 끝난 후 피곤해서 쉬고 싶을 때 또다시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끔은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귀찮아할 수 있었던 것조차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전 같으면 이렇게 집안에 물난리가 나서 큰일이라고 말씀드렸을 어머니가 더 이상 안 계신다는 사실이, 또한 휴가 때마다 찾아뵐 어머니가 더 이상 안 계신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 어머니의 따뜻한 격려의 목소리뿐 아니라 때로는 잔소리라고 생각되던 그 목소리조차 이제는 들을 수 없기에 더욱더 그립습니다. 또한 이제는 못다한 효도를 하고 싶어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 어쩔 수 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한 효도나 불완전한 도움과는 비교도 안 되게 좋고 완벽한 저 천국에서 영원한 기쁨과 행복 가운데 살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 큰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시는 저 하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그날을 더욱 사모하게 됩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주님이 저에게 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 이 땅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