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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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온통 서로 갈등하고 다투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며 싸우고, 상대방을 고소하고, 자기가 이 직책에 딱 맞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상대방을 비방하고, 심지어 무기로 공격하거나 죽이기까지 하고, 나라와 나라 간에 전쟁도 벌입니다.

 

그러한 뉴스들을 접하면서 제 마음속에서 사람들이 왜 그토록 상대방을 짓밟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지, 그렇게 싸우는 것이 정말로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며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이전에 읽었던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이 생각났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은 외상값을 받으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때 벌거벗은 채 담벼락에 기대어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 사람을 발견합니다. 그의 이름은 미하일(미카엘의 러시아어 발음)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양심에 찔려서 다시 그에게 돌아와 자기 외투를 벗어 입히고 털 장화를 신겨서 그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원래 미하일은 하나님의 천사인데, 금방 쌍둥이를 출산한 산모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지만 갓 태어난 아기들이 엄마 없이 살 것을 생각하니 너무 불쌍해서 그대로 돌아왔고,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죄로 벌을 받아 땅으로 추방당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미하일에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다시 천상으로 돌아오게 해주겠다고 하시는데, 그 세 가지는 사람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입니다.

 

미하일과 같이 집에 도착한 시몬을 본 아내 마트료나는 화를 내며 잔소리를 퍼부어 대다가, 미하일을 보고 불쌍히 여기며 당장 자기들도 먹을 것이 별로 없지만 빵을 만들어 먹이고, 남편을 위해 만든 내의를 입히며 집에서 지내도록 허락해 줍니다. 이때 미하일은 이들 부부의 모습에서 첫 번째 질문인 사람에게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깨닫습니다.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었던 것입니다.

 

미하일이 시몬에게 구두 수선을 배워 같이 일하던 어느 날, 값비싼 모피 외투를 입은 부자가 최고급 독일산 가죽을 들고 찾아옵니다. 그는 매우 거만한 태도로 1년을 신어도 모양이 변하지 않고 실밥이 터지지도 않는 튼튼한 장화를 만들어내라고 하면서, 1년 동안 신어보고 망가지지 않으면 그때 품삯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때 미하일은 그 남자의 뒤에서 그를 데려가려고 서 있는 죽음의 천사를 봤고, 그 부자가 돌아간 뒤 그가 준 가죽으로 구두가 아닌 슬리퍼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본 시몬은 미하일에게 화를 내며 따지는데, 바로 그때 부자의 하인이 와서 주인이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죽었다고 하며 장화 대신 장례용 슬리퍼를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그 순간 미하일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두 번째 질문의 답을 알게 됩니다. 사람에게는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지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6년 후 어느 날 한 여인이 두 여자아이의 신발을 맞추러 오는데, 전에 미하일이 쌍둥이를 낳은 산모의 영혼을 데려가지 못함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게 됐던 바로 그 여인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때 이 쌍둥이 아이들의 엄마가 죽은 것을 본 다른 여인이 그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고 데려가서 자기 아이들인 것처럼 잘 키워주었던 것입니다. 이때 미하일은 마지막 질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얻습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하나님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미하일은 시몬 부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한 후 환한 빛과 함께 갑자기 날개가 나타나면서 힘차게 날개 치며 하늘로 올라가게 됩니다. 미하일이 천상으로 올라가기 직전 시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사람에게 사랑을 주신 하나님께서 사람이 떨어져 사는 것을 바라지 않으시며, 그리하여 각자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드러내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사람이 하나가 되어 살기를 원하시며, 그래서 사람은 사랑에 의해서만 산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사랑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정작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하며 살아갑니다. 그러한 사람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그래서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산다는 것이 바로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입니다. 다시 말해, 사랑으로 살지 않을 때 하나님이 주신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고, 사랑으로 살 때만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목적대로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안에 주신 사랑으로 함께 사랑하며 사는 사람만이 정말로 사람답게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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