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지난 811목회편지를 쓰던 당시에는 어머니가 병원에서 퇴원하신 후 장기적으로 거주하실 수 있는 요양 병원으로 옮기시는 것을 도와 드리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다녀오겠다고 썼는데, 그 길이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오는 마지막 길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머니 소천 소식에 많은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시며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아주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난 812일 저희 부부는 열흘 동안 어머니 병상 곁을 지킨 동생과 교대하기 위해 엘에이로 갔고, 도착했을 때는 그곳 시간으로 저녁때였습니다. 당시 거의 2주를 입원해 계시는 동안 음식은커녕 물도 목으로 넘기지 못하셔서 콧구멍을 통해 튜브를 위까지 닿게 하여 그리로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었기에, 그런 불편한 상태로 잠을 깊이 못 주무시던 어머니가 그때는 깊이 잠들어 계셨습니다. 조금 후 깨어나셨는데, 이상하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반가운 표정을 지으셨고, 특히 제 아내와 손을 잡으시며 입 모양으로 와 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밤이 늦어 잠을 자기 위해 어머니 아파트로 간 저희 부부는 집 정리를 조금 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6시경 담당 간호사에게 전화가 와서 어머니 혈압이 너무 낮아져 방금 중환자실로 옮겼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위험하신 것은 아니고 혹시 몰라 지켜보기 위해 그런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서둘러 병원에 가 보니,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는데 전날과 달리 목소리는 나왔지만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셔서 뜻을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그날 마침 중환자실 담당 의사 중 한인 2세가 있었는데, 한국어를 꽤 잘했고 어머니에게도 한국어로 질문하며 정신이 온전하신지, 팔과 다리에 힘이 있으신지 테스트했습니다. 그러고는 어머니의 정신이 아주 온전하시고 힘도 있으시며 모든 수치가 괜찮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중환자실보다 두 단계 낮은 병실로 옮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오후에는 몸이 더 불편하신지 머리 부분을 올려달라 했다가 내려달라 하시고, 다리도 올려달라 했다가 내려달라 하시기를 반복했습니다. 비록 혈압과 산소 등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지만 힘들어하시면서 수시로 울부짖어 기도하셨습니다.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 제가 너무 힘듭니다. 이제는 저를 아버지 나라로 데려가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셨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날도 밤 10시가 넘어 집으로 가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여유 있게 병원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어머니의 심장이 뛰지 않고 호흡이 멈춰서 지금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으나 소생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나가려 하는데 바로 조금 후 의사가 전화하여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조금 후 병원에 도착해 보니 어머니 몸이 아직도 따뜻했지만, 더 이상 살아 계시지 않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마지막 순간에 함께해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고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던 상태에서 갑자기 돌아가신 것은,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더 이상 이 땅에서 힘든 날들이 연장되어 고통받지 않게 해주시려고 아무런 질병도 고통도 눈물도 없고 기쁨과 행복과 평화만 있는 하나님 나라로 빨리 데려가 주신 것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슬프면서도 감사합니다. 어머니, 천국에서 뵈어요!

 

 
 

Pastoral_Letter_971_09-01_2024-32.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0 #973: 이번에도 역시 감동과 도전이 있는 컨퍼런스였습니다 (09/15/2024) file admin_p 2024.09.15 26
619 #972: 그리움 가운데 천국을 더욱 사모하게 됩니다 (09/08/2024) file admin_p 2024.09.08 43
» #971: 슬프면서도 감사합니다 (09/01/2024) file admin_p 2024.09.01 36
617 어머니의 소천과 장례 (08/18/2024) admin_p 2024.08.18 111
616 #970: 생각보다 상황이 복잡하고 심각해졌습니다 (08/11/2024) file admin_p 2024.08.11 105
615 #969: 한 치 앞을 모르는 우리 인생 (08/04/2024) file admin_p 2024.08.04 80
614 #968: 지난주는 노회 일들로 바빴습니다 (07/28/2024) file admin_p 2024.07.28 67
613 #967: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07/21/2024) file admin_p 2024.07.21 85
612 #966: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07/14/2024) file admin_p 2024.07.14 110
611 #965: 이번 미국장로교 총회, 최악은 피했다 (07/07/2024) file admin_p 2024.07.07 130
610 #964: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들 (06/30/2024) file admin_p 2024.06.30 113
609 #963: 어려움이 생길 때 먼저 기도해야 할 이유 (06/23/2024) file admin_p 2024.06.23 117
608 #962: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게 쉽지 않네요 (06/16/2024) file admin_p 2024.06.16 97
607 #961: 교회 사랑을 지금보다 2%만 높여주세요 (06/09/2024) file admin_p 2024.06.09 135
606 #960: 여전히 성행하는 가짜 뉴스를 분별해야 합니다 (06/02/2024) file admin_p 2024.06.02 119
605 #959: 이번 여행에서 있었던 반가운 만남들 (05/26/2024) file admin_p 2024.05.26 97
604 #958: 저는 삶 공부가 참 좋습니다 (05/12/2024) file admin_p 2024.05.12 140
603 #957: 여로보암에게 있었던 두려움이라는 상처 (05/05/2024) file admin_p 2024.05.05 109
602 #956: 엘비스 프레슬리를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04/28/2024) file admin_p 2024.04.28 165
601 #955: 웹사이트 조회 수에 관한 의문이 풀렸습니다 (04/21/2024) file admin_p 2024.04.20 260


9480 S. Old State Rd, Lewis Center, OH 43035 / Tel: (614) 433-7155 / E-mail: kpcco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