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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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 오후까지만 해도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제가 로스앤젤레스(LA)에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화요일 오후 4시경 LA에 사시는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고, 조금 전 넘어져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급히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매니저가 911을 불러주어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셨습니다.

 

그 후 신경 중환자실(Neuro ICU)로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래서 급히 시카고에 사는 동생과 상의하여 일단 내가 먼저 가서 며칠이라도 함께 해드리고, 동생은 그 후에 가서 교대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다치신 초기에 함께해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다음 날인 수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LA로 가서 어머니를 뵙고, 금요일 밤 비행기로 LA를 떠나 토요일 아침에 콜럼버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금요일 저녁 LA에 도착해서 지금 어머니와 함께 있습니다.

 

89세이신 어머니는 몇 년 전부터 골다공증으로 인하여 걷는 것이 힘드시고, 한 시간 이상 외출하는 경우 허리와 등에 통증을 많이 느끼십니다. 그래도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혼자 잘 지내고 계셨고, 지난 20년 이상 그곳의 대학 동문회 선교부를 이끌며 말씀을 계속 전하시는 등의 활동을 여전히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집에서 바퀴 달린 의자에 평소처럼 앉으시려다가 의자가 미끄러지며 뒤로 넘어지셔서 머리를 부딪치시고 목과 허리도 부딪치신 것입니다.

 

갑자기 주일을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짧게 다녀올 수밖에 없어서 3일밖에 안 되는 일정으로 급히 다녀왔지만, 직접 가서 어머니를 뵙고 상태도 확인했기에 훨씬 안도가 됩니다. 짧은 일정이었어도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어머니도 다치신 바로 다음 날 찾아온 큰아들을 보시며 힘을 얻으셨습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작은아들까지 오니까 더욱 힘을 얻으시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지금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셔서 감사하지만, 의료진은 뇌와 심장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넘어지신 후로 목으로 음식은 물론이고 물조차 넘기지 못하시는 상태입니다. 물과 음식을 스스로 삼킬 수 있어야 회복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잘 삼키실 수 있도록, 그리고 심장과 뇌를 비롯하여 온몸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지난주 이런 일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은, 내 인생이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아무리 멋진 계획을 세우더라도,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모든 게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또 세상에서 아무리 잘 나가고 성공했더라도, 하나님께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시면 다 두고 가야 하는 게 우리 인생임을 실감합니다. 실로 우리 인생은 참 연약하고 무력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이기에, 하나님께서 오늘 나에게 주신 사명을 따라 하루하루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함을 다시금 깊이 깨닫습니다. 이 땅에서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쳐 놓고 덜 중요한 것들에만 매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이 부르셔서 그 앞에 서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인생이겠습니까? 식상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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