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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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올해도 며칠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고, 오늘은 2015년의 마지막 주일이기도 합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늘 감사함과 아쉬움의 마음이 교차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쉬움보다 감사함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2015년이 제게 오래 기억될 만한 해가 되는 것은, 1995년에 풀타임 목회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3개월 동안 '안식월'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가보고 싶다고 막연히 머릿속에 그리기만 했던 많은 곳들을 이 기간 동안 직접 가볼 수 있었던 것이 너무 감사했고, 실제로 가보니까 전부 다 좋았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로 시작하여, 유럽의 여러 유적지들과 유명한 관광 명소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세계 문화의 다양함을 체험하며 견문이 넓어짐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가끔 티격태격(?) 할 때도 있었지만, 함께 다니는 여행을 통해 서로를 더 알고 이해하게 되며 가족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또 선교지 두 곳도 방문하여 선교사님들의 생생한 사역 현장을 함께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수많은 선교사님들이 우리 한국 땅에 와서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눈물을 뿌리고 피를 흘리며 애쓰다가 마침내 자신의 생명까지 바친 그 고귀한 헌신 앞에 숙연한 마음이 들면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와 휴스턴 서울교회 목회자 연수 과정을 통하여 가정교회를 더 자세히 배우는 귀한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들이 넘치는 2015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교회로 돌아와서 바로 열렸던 '전 교회 가족수련회'는 위원들이 준비를 너무 잘해놓으신 덕분에,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좋은 장소에서 정말 귀한 교제와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준비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역에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삶 공부 세 개를 인도하느라 바빴지만, 정말 보람되고 기쁜 나날들이었습니다. 특히 <생명의 삶>은 그 동안 교재와 형식이 새로 업데이트 되었기에 이번에 새롭게 다시 준비하게 되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공부에 참여하여 다들 숙제도 열심히 해오시고 강의도 집중해서 들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강의를 새로 준비하여 인도한 보람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성탄절 이브 축제를 통하여, 교회는 '경험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주 열심히 준비하여 순서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참 흐뭇했는데, 특히 어린이들이 노래와 연주와 춤으로 마음을 다해 찬양하는 것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을 함께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자리에 이렇게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왜 우리가 교회로 함께 모이는지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모일 때 같은 것을 경험하고 같은 생각을 품을 수가 있게 됩니다. 매주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도 단순히 주일이니까 나와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예배하는 가운데 한 믿음의 공동체로서의 신앙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교회의 지체들이, 특히 직분자와 같은 리더들이 왜 수요예배나 새벽기도로 함께 모여 찬양하고 예배하며 기도해야 하는지도 너무나 분명합니다. 같은 신앙의 경험을 공유하며 나아갈 때 한마음이 되어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함께 감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지체들이 함께 나아가는 교회인 것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