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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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Christmas라는 말은 Christ와 mass라는 두 단어로 되어 있습니다. 즉,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께 드리는 예배'라는 뜻이고, 인류의 구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예배드리는 날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탄생 기록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와 있는데, 인구 조사가 실시된 헤롯왕 때라는 기록 외에는 구체적인 연도나 날짜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후대의 학자들은 성경과 천문학 자료들을 근거로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을 거꾸로 추적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 여러 학설이 생겨나서 ‘10월설’, ‘12월25일설’, ‘1월6일설’ 등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이 12월 25일에 탄생하셨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교회 역사에서 이날을 성탄절로 지키게 된 것은 매우 오래된 전통입니다. 초대 교회 성도들은 로마제국의 박해 때문에 성탄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다가, 주후 313년 기독교가 공인된 뒤부터 성탄절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세월이 많이 흘러 예수 그리스도의 정확한 탄생일을 알 수 없었기에, 로마제국 내에서 이미 지켜지던 민속 축제일을 성탄절로 대체하여 주후 354년 로마 교회 리베리우스(Liverius) 교황이 12월 25일을 교회의 공식 성탄절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12월 25일은 절기상 동지와 가까운 날인데, 원래 로마에서는 이날 농사의 신을 경배하는 축제인 농신제를 벌이면서 사람들이 서로의 집을 방문했고, 가면을 쓴 채 길거리에서 술잔치도 벌였습니다. 또 이때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기념하여 민속 절기 행사를 여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교회는 처음부터 성탄절에 그런 세속 문화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 박은 세속 문화의 영향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그 문화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되, 좋은 면들은 살리고 나쁜 면들은 버리면서 지금과 같이 기독교화된 성탄절이 된 것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장 먼저 성탄절의 기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럴(Christmas Carol)입니다. 캐럴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우리가 아는 캐럴 대부분도 14세기 이후에 나왔지만, 성탄절을 전후하여 불리는 캐럴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전하고 그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누게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크리스마스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선물입니다. 원래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세상의 왕으로 태어나신 아기 예수를 위해 황금과 몰약과 유향으로 선물을 드린 것을 본받아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생일이니까 예수님이 선물을 받으셔야 하는데, 생일도 아닌 우리가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합니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은 이기심을 극복하는 표시인 동시에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은 죄로 인해 죽어 마땅한 인간을 대신해서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고자 이 땅에 어린 아기로 오셨습니다. 그러한 주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로서 그 사랑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게 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자선을 베푸는 전통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참 좋은 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