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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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시간으로 오늘 밤 10시경 제 아내는 5주 동안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다시 파리행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지난번 여기서 파리로 갔다가 거기서 한국 왕복표를 끊어서 간 것이기에, 일단 파리로 돌아가서 아들 은우와 다시 만나 잠깐 같이 시간을 보내고, 그다음 날 파리를 떠나 화요일 밤늦게 이곳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생각해보니까 지난 30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이번이 서로 가장 오래 떨어져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이전에 아내가 한국을 방문하면 보통 2~3주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장모님이 건강 상태가 불안정하시기에 일부러 최대한 오래 머물고자 했고, 그래서 5주 동안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그 덕분에(?) 저는 이 기간에 아주 바쁘게 지냈습니다. 지난주에 쓴 것처럼, 평소에 하던 목회 활동을 그대로 하면서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까지 시간을 맞춰 돌봐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중 저녁에 삶 공부와 수요예배가 있으면 더 바빴고, 주일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도와주는 분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개를 돌봐주느라 더 바빠졌고 또 귀찮을 때도 있지만, 사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을 봅니다. 저희 개 이름이 부머(Boomer)인데, 이전에는 혼자 있으면 집안이 아주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지만, 부머가 같이 있으니까 생기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자꾸 개와 대화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평소에 자기를 주로 돌봐주던 제 아내가 안 보이니까 부머는 저를 자꾸 따라오며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먹을 것을 달라는 눈치인데, 그것을 보며 제가 , 부머야, 너는 너무 많이 먹어. 그러니 이제는 그만 좀 먹어.”라고 꾸짖는 투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가 자꾸 뭔가를 먹으니까 자기도 먹을 걸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자기는 이것저것 먹으면서 개에게는 그만 먹으라고 한 저의 잘못입니다.

 

파리에서 돌아온 후 처음에 부머를 붙들고 지금 너랑 나밖에 없어. 우리 어떻게 5주를 버티니? 그래도 버텨야 해.”라고 말해주었고, 그 후 부머야, 이제 4주 남았어”, “이제 3주만 버텨”, “2주만 더 있으면 돼”, “이제 열흘 남았어.”라고 계속 날짜를 세며 말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에는 부머야, 드디어 한 주 남았어. 한 주만 버텨!”라고 흥분해서 큰 소리로 말하니까 자기도 신이 나는지 마구 짖어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먹을 것을 더 내놓으라는 사인이었습니다.

 

지금은 대강절 기간입니다. 대강절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먼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어린 아기로 오신 예수님을 맞이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앞으로 이 땅에 다시 오셔서 심판주로 역사를 종결하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기간이 대강절입니다.

 

제 아내의 성이 원래 ()’씨입니다. 그런데 시간 날 때마다 제가 개를 붙들고 부머야, 3주 남았다... 2주 남았다... 일주일만 버티면 돼... 이제 5일이다, 5.”이라고 계속 말해주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강절에 목사가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효은)님을 더 간절히 기다리고 있잖아?’

 

그 생각에 어이가 없어서 혼자 막 웃으니까, 부머도 같은 생각인지 제 앞으로 확 뛰어오더니 아주 야무지게 짖어대는데, 제게 정신 차리라고 야단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맞습니다. 정말로 주()님만 간절히 기다리는 대강절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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