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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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저는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함을 들고 서울 현충원 안장식에 참여하기 위해서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훌쩍 지나간 것을 보며 시간이 참 빠르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해외로 출타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며칠간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아들 은우가 이번 가을학기에 교환학생으로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 가서 공부하고 있는데, 자기가 파리에 있는 동안 우리에게 꼭 왔다 가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올해가 어느덧 저희 부부의 결혼 30주년이기도 한데, 마침 아들이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것이 지난봄에 결정되면서 우리도 가을에 시간을 맞추어 방문하자고 몇 달 전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장모님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아내는 아무래도 한국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고, 파리에는 저 혼자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기가 별로 내키지 않아 주저하고 있는데, 은우가 아빠 엄마 선물이라고 하면서 비행기 표까지 사주며 꼭 오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가기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이번 목요일에 파리로 같이 출발하는데, 그다음 수요일에 저 혼자 돌아오고 아내는 한국으로 가서 장모님과 함께 머물며 돌봐드리다가 12월 중순에 돌아오게 됩니다. 장모님이 최근에 2주 이상 입원하시는 등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셔서, 가능할 때 한 번이라도 더 뵙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가기로 한 것입니다.
8년 전 릴리 목회자 안식년 지원금(Lilly Clergy Renewal Grant)을 받아 3개월간 안식월을 가졌는데, 그때 감사하게도 여러 유명한 도시들을 방문할 수 있었고 파리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때는 처음이라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했는데, 그래도 유명한 미술관들을 가득 채운 역사적인 작품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고, 세느강과 에펠탑과 개선문의 모습도 아직 눈에 선합니다.
그때는 12세 소년으로 아빠 엄마를 따라다니던 은우가 이제 20세 청년이 되어 이번에는 자기가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맙고 기특한 동시에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도 많지만, 이번에는 너무 분주하게 여기저기 다니기보다 거리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도 보면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그곳에 머무는 시간 을 즐기려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처럼 가족이 함께 외국에 나와 시간을 보낼 기회가 앞으로는 자주 올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오려 합니다.
올해는 몇 차례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가하느라 출타한 적이 있어도 주일을 빠진 적은 지난 4월 한국어 크레도 때뿐이었고, LA에 계신 어머니께 다녀왔을 때도 주중에만 휴가를 내고 갔다 왔습니다. 그 후 계속되는 사역 속에 요즘 저 스스로도 약간 지쳤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몸이 피곤하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러던 차에, 비록 며칠간이지만 이번에 전혀 다른 환경을 경험하고 오게 되는 이번 여행이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곳이라고 해도 요즘 세계적으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