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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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은우가 11학년 때부터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스타벅스(Starbucks)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는데, 여러 가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는데, 그래도 가끔은 아주 황당한 손님들이 있어서 곤란을 겪을 때가 있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중에도 가장 압권은 이렇게 주문했던 손님이었다고 합니다. “라테(Latte) 주세요. 우유는 넣지 말고요.”
라테는 기본적으로 아주 소량의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잔뜩 섞은 커피 드링크입니다. 커피보다 우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런데도 우유를 넣지 않은 라테를 주문한 손님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그 주문이 너무 황당해서 라테라는 음료수는 우유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잘 설명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 손님은 자기도 다 안다고 하면서, “그러니까 우유를 빼고 달라니까요.”라며 막무가내로 우겼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해주어도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자기가 이전에도 주문해서 마셨는데 왜 못 만드느냐고 짜증을 내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저도 너무 황당해서, 그럼 그 손님에게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계속 설명해보았자 안 되겠다고 생각되어서, 할 수 없이 우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커피 드링크인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손님은 아무 불평 없이 그대로 가져가 마셨다고 하니, 참으로 황당합니다.
그것은 몇 년 전 일어났던 일인데, 며칠 전 바로 그 스타벅스 지점에 가서 음료를 주문하다가 그때 그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 혼자 웃음이 나왔습니다. 라테라는 드링크 자체가 거의 우유로 된 것인데,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라테를 달라고 했다니 그 얼마나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입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 ‘아차, 나도 자칫 잘못하면 황당한 크리스천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을 가리켜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요한 1:14)라고 말씀합니다. 그렇다면 그분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 역시 날마다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이라면 자기의 삶 속에서 은혜와 진리 둘 다 있어야 합니다. 은혜는 곧 사랑인데, 그렇다면 ‘사랑 없는 그리스도인’이란 존재할 수 없고, ‘진리를 따르지 않는 그리스도인’ 역시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라테’보다 더욱 황당하고 말이 되지 않는 개념입니다. 스스로 모순이 됩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은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또한 예수님이 주신 ‘새 계명’(요한 13:34)대로 서로를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고, 교회 생활과 목장 생활을 통해 서로를 사랑하는 것을 실천하며, 더 나아가 VIP분들을 섬기면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진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미신이나 이단 같은 거짓 교훈에 미혹 당하지 말아야 하고, 속임수와 가짜뉴스를 잘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진리의 영이신 성령님의 인도하심 아래 진리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공부하며, 날마다 그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며 나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