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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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술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었고 그랬기에 아는 것도 없었던 제가 미술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안식월 때 세계적인 미술관 몇 군데를 방문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시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어릴 때 미술 교과서에 나왔던 그림들이 실제로 거기 있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미술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그 유명한 작품들을 보고 있기만 해도 뭔가 마음에 느껴지는 게 있었습니다.
안식월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얼마 안 되어 마침 이탈리아와 파리 미술관들에 관한 책이 나온 것을 보고 사서 읽었는데, 바로 제가 가서 보았던 작품들과 화가들에 대해 잘 설명해놓은 책이었습니다. 유명한 작품들을 보면서도 뭐가 뭔지 모른 채 그냥 중요할 것 같다는 느낌만 받고 돌아왔는데, 다 끝내고 집에 와서 책을 읽는 가운데 제가 직접 보고 온 그 그림들의 의미와 배경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미술에 관한 관심도가 확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방문했던 미술관들 모두 굉장하고 좋았지만, 그중 특히 제 마음을 확 사로잡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인상파의 그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 오르세(Orsay) 미술관입니다. 이번에 갔을 때 다시 방문했는데, 거기서 무려 5시간을 머물면서 이전에 그냥 지나쳤던 부분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마침 반고흐(Vincent van Gogh)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그가 생애 마지막 70일을 보낸 오베르 쉬르 와즈(Auvers-sur-Oise)에서 그린 그림들을 전시한 것이었습니다. 반고흐는 네덜란드에서 목사 아들로 태어났고 파리로 미술 유학을 왔는데, 37세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계속 가난하게 살았고 정신 이상도 겪었습니다. 지금은 반고흐가 정말 유명하지만, 정작 살아 있을 때는 전혀 성공을 맛보지 못하고 많이 고생하다 세상을 떠났으니, 반고흐만 생각하면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도 가난한 형편 속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그와 그의 친구들이 함께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나중에는 그림들이 잘 팔리고 유명해지면서 꽤 넉넉하게 살 수 있었지만, 그도 오랜 세월 고생을 견디며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시 사람들에게 비판만 받던 인상주의의 새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소명 때문이었다고 미술 평론가들이 말합니다. 그는 어릴 때 바다가 갑자기 하얗고 노란빛으로 덮이는 장면을 보면서 앞으로 자기가 그려야 할 것이 ‘저 빛’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네를 비롯하여 르누아르, 바지유, 드가, 마네, 피사로, 세잔, 쿠르베, 시슬레, 모리조, 카유보트 등 인상주의 화가 중 부유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간 사람들입니다. 르누아르 같은 사람은 말년에 심한 관절염 때문에 손가락이 아파서 손에 붓을 묶고 그림을 그릴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정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으니 참 대단합니다.
오직 그림만 생각하며 나아간 미술가들의 열정을 보며 감동을 받습니다. 그와 동시에, 주님께서 내게 주신 소명에 대해 이런 열정이 있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