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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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리는 4년 만에 가정교회 집회를 열면서 “교회를 교회 되게 하소서!”라는 주제로 시간마다 말씀을 통해 큰 은혜와 도전을 경험하고 결단하며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이어진 목자수련회에서도 아주 훌륭한 내용의 강의를 들으면서 재충전과 헌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강사로 오신 이우철 목사님은 소위 유명한 ‘네임드’ 강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명강사이셨고,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접했던 어떤 분들보다도 훌륭한 강사라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했던 것은, 그동안 3년 이상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며 알게 모르게 침체해 있던 영혼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이번 집회 때 말씀과 수련회 때 강의를 듣는 가운데 많은 점을 배우고 깨닫는 동시에 그동안 영적으로 둔해지고 게을러져 있었던 저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기간에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관계적 차원에서 많은 대미지가 쌓여 있었다는 사실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목자들과 목녀들에게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이 쌓여 있었는데, 이번에 서로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를 옭아매고 있던 굴레가 끊어지고 관계가 탁 트이게 된 것을 체험했습니다.
그렇다고 이전에 서로 관계가 나빴었는데 이제는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이전부터 서로 친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어색하고 애매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 사라지고 더욱 단합하는 것을 느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경계해야겠습니다. 지난 2019년 가을 곽인순 목자님의 집회 때도 이렇게 좋은 분위기가 있었고 몇몇 가정이 예비목자로 헌신하는 일도 있었는데, 몇 달 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그런 영적 분위기가 확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영적 분위기를 지속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도로 되는 것인데, 목녀님들이 저번 주부터 주중에 한 번씩 새벽에 같이 모여 기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큰 감동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합심해서 기도하며 섬길 때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역사가 크게 일어나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이렇게 충만한 마음(그러나 지친 몸)을 가지고 지난 화요일 미국장로교 전국 한인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했습니다. 9년 만에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 가 보니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얼굴들도 있고 새로 만나는 분들도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유명하신 목사님 한 분과 미국에서 유명하신 목사님 한 분이 주강사로 오셔서 시간마다 아주 유익한 말씀들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단 한인 교회 중에 영혼 구원에 집중하는 교회가 너무나 적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며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오신 목사님들을 전부 다 체크한 것이 아니기에 약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대부분 목회자와 교회의 현실이 그렇다는 걸 보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정말 관심들이 다른 데에 가 있습니다.
교인 수가 몇백 명 되는 교회들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교인들의 고령화 문제가 있고, 또 프로그램들을 계속 돌리느라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몇십 명이 안 되는 작은 교회들은 생존을 위해 허덕이며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것을 보며 ‘영혼 구원에 집중한다면 교인 수와 상관없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고 돌아온 컨퍼런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