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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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조심스러운 주제이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이기에 담대히(?) 써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을 어기고 부모와 자녀 간에 담임목사직을 대물림(소위 세습)한 교회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장로교회가 많은데, 미국장로교에서 파송한 언더우드 선교사가 19세기 말 조선에 복음을 전하여 한국에서는 장로교가 주류 교단이 된 것입니다. 원래 하나였던 장로교단이 세월이 지나며 여러 이유로 분열을 거듭하면서 아주 많아졌는데, 그중 대표적인 장로교단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예장통합)입니다. 한국의 대표적 교회들인 영락교회, 새문안교회, 소망교회, 온누리교회 등이 소속한 교단입니다. 우리 미국장로교는 이 예장통합과 자매결연이 되어 있고, 제 전임이시자 원로목사이셨던 고 양형춘 목사님도 원래 예장통합 소속이셨습니다.
한국의 장로교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귀한 일들을 많이 감당했으며, 복음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순교자도 여럿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끄러운 일들을 행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특히 올해 예장통합 총회를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왜냐하면 올해 총회 장소가 담임목사직 세습을 감행한 명성교회였고, 총회가 노골적으로 그 교회를 두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목사직 세습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골에 있는 어느 교회가 교인도 별로 없고 재정도 아주 열악해서 여기 오고 싶어 하는 목사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인데, 담임목사의 아들이 목사가 되어 은퇴하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담임목사직을 대물림했다고 누가 비난하며 반대하겠습니까? 오히려 아름다운 희생과 섬김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담임목사직 대물림은 사이즈가 크고 재정도 탄탄한 교회에서 일어납니다. 아무리 공정한 절차를 거쳐 차기 담임목사를 청빙한다고 해도, 큰 교회 담임목사인 아버지 덕분에 교회로부터 유학비 등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아 누린 아들 목사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이유를 대더라도 뭔가 자기들에게 유리하니까 대물림하는 것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세습 자체만 놓고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명성교회의 경우는 명백하게 잘못되었습니다. 2013년 예장통합 총회가 바로 명성교회에서 열렸는데, 그때 ‘담임목사직 세습 방지 및 교회 세습방지법’을 참가자(총회 대표) 대다수의 찬성(870대 81)으로 통과시킴으로써 교단 헌법에 ‘목회지 대물림 금지’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2017년에 교단 헌법을 어기고 부자(父子) 세습을 감행했습니다. 그러니까 법을 어기고 ‘불법’을 저지른 것입니다.
만약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내용이 헌법에 없었다면, 아들이 담임목사가 되는 것이 불법은 아니기에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교단 헌법에서 금지한 일을 어기고 세습했기에 잘못이고 불법입니다. 이외에도 그렇게 세습을 강행한 교회들이 꽤 많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교인 수가 몇만 명이고 엄청난 재정을 자랑하고 좋은 일들을 많이 하더라도, 그저 불법을 저지른 교회일 뿐입니다. 세습뿐 아니라 법을 어기는 교회에는 다니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그런 것 상관없다’라고 하며 다니게 되면, 불법을 저지른 것에 동조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