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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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컴퓨터에서 파일을 찾을 것이 있어 이리저리 보던 중, 거의 10년 전쯤 제가 기록해서 저장해 놓고 잊어버렸던 예화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역시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말씀묵상(QT)을 할 때 눈으로만 읽고 글로 쓰지 않는 분들이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큐티 노트를 만들어 그날 묵상한 내용을 기록해놓으면 나중에 큰 유익을 얻습니다. 바로 제가 그것을 다시금 경험했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로 노트를 마련해도 되지만, 책 여백에 느낀 점을 메모 식으로 몇 자라도 적어놓으면, 나중에 다시 볼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던 파일들 중 ‘김유신의 말’이라는 글이 있었는데, 많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젊은 시절 천관이라는 기생에게 빠져 지내다가, 어머니의 간곡한 만류에 의해 그녀와의 관계를 끝내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러던 즈음 김유신이 말을 타고 가다 말 잔등 위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그의 말은 그가 항상 가던 천관의 집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김유신은 눈물을 머금고 사랑하는 말의 목을 베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말에게도 또 천관에게도 비극이지만, 김유신에게는 과감한 결단이었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느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몰라서 하는 값싼 동정에 불과합니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우리가 습관을 지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습관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만연하여 그 당시 인구의 1/3이나 목숨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유태인들은 흑사병에 걸린 일이 거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야만적이었고 위생 개념이 없던 유럽 사람들의 생활습관과는 달리, 유태인들은 오래 전부터 목욕을 하고 식사 전후에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종교적 규칙이었고 신앙생활이었습니다. 그 습관이 유태인들을 무서운 전염병으로부터 구해준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두운 이 세상 속에서 주님을 따라 거룩하게 살기 위하여 꼭 필요한 습관이 바로 경건의 훈련입니다. 경건이란 단순히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나쁜 데에 가지 않는 정도의 소극적인 삶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경건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적극적인 삶을 말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믿음의 아들인 디모데에게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라고 권면합니다(디모데전서 4:7). 그러니까 경건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매일 갈고 닦으며 훈련해야 하는 거룩한 습관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바울이 디모데에게 경건을 훈련하라고 하면서 그 전에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즉 ‘저속하고 헛된, 꾸며낸 이야기들을 물리치라’고 명령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건함과 거룩함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훈련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언어생활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특히 얼마나 유치하고 저질스럽고 독한 말들이 난무하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사실은 욕설인데 그것을 모르고 표준어처럼(?) 쓰는 말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앙인답게 살려면, 매일 말씀 묵상과 기도의 훈련과 더불어, 입에서 늘 아름다운 말이 나오게 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말은 감사와 축복의 언어입니다. 우리 모두 자기 입에서 늘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말과 이웃을 향한 축복의 말만 나오도록 훈련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