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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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 전 시카고 근교에서 열린 중재 훈련에 참석하던 중 사도행전 큐티 본문을 가지고 영상 목회편지를 진행했는데, 그때 저는 8월 3일(목) 본문인 사도행전 18장 1~8절을 묵상하면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우리 눈에는 왜 상황이 이런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당신의 선한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다시금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율을 느꼈던 부분은, 제2차 전도 여행 때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를 만난 장면입니다. 아덴(아테네)를 떠나 서쪽으로 60마일 정도 떨어진 고린도로 혼자 오게 된 바울은 그곳에서 아굴라라고 하는 유대인을 만납니다. 천막제조업자였던 아굴라는 로마에 살고 있었는데, 황제 클라우디우스(Claudius) 1세가 로마에 사는 유대인들에게 추방령을 내리자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로마를 떠나 고린도로 온 것입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는 바울의 평생 동역자가 되는데, 이때 누가 그것을 상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로마에서 추방당한 아굴라 부부가 그 넓은 로마제국의 많은 도시 중에서 왜 하필 고린도로 이주한 것입니까? 바로 이런 것이 주님의 놀랍고 기가 막힌 역사입니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간 운동경기 가운데 가장 유명했던 4대 제전은 올림피아, 피티아, 이스트미아, 네메아 제전입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올림피아 제전으로, 지금까지 올림픽으로 그 맥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림피아에서 멀지 않은 고린도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기리는 이스트미아 제전(Isthmian Games)이 2년마다 열렸습니다. 그때마다 고린도 지역은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엄청난 수의 외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당시 로마제국의 군인들은 대부분 천막을 숙소로 사용했고. 천막제조업자들의 주된 고객은 원래 군인들이었는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고객이 바로 이스트미아 제전 같은 대규모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외부 관람객들이었습니다. 숙박시설이 크게 부족하던 당시에는 선수들과 관람객들이 천막을 임시 숙소로 사용했던 것입니다.
역사 기록을 보면 AD 51년에 고린도에서 이스트미아 제전이 열렸고,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유대인들에게 로마에서 나가라는 추방령을 내린 것이 AD 49년 말에서 50년 초였습니다. 이때 로마에서 추방당한 아굴라 부부가 넓고 넓은 로마제국 영토 중에서 하필 이 고린도로 오게 된 것은 대규모의 이스트미아 제전이 곧 열리게 되면 천막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천막을 만들어 큰 수익을 얻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래서 AD 50년경 아굴라 부부가 고린도로 왔고, 바로 얼마 후 바울도 고린도에 도착하여 마침 직업이 같기에 서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얼마나 놀랍습니까?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한 것은 어쩌다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였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일은 바울과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세상과 우리 삶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통해 당신의 선한 뜻을 이루어 나가고 계십니다. 그러니 전율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놀라운 섭리를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계속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만남의 축복이 주어지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