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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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슨 무슨 ‘회장’ 같은 감투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노회장 같은 직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노회에서 위원장을 맡는 것도 안 하고 싶습니다. 그런 자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회에서 제가 소속된 위원회(CCP: Commission for Church Professionals)의 첫 임기 3년을 작년에 마치게 되었기에, 노회 공천위원회에서 다시 공천받고 통과되어 올해 초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공천위원회가 저를 CCP 위원으로 다시 추천하면서 위원장을 맡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위원장은 참석해야 할 모임도 훨씬 많고 할 일도 더 많아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걸 알고 있기에 위원장은 맡지 못하겠다고 사양했습니다.
저는 노회, 대회, 총회 등의 정치적인 활동이나 교회 밖의 대외 활동보다, 교회에서 예배하고 말씀을 전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목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우리 교회의 환경이 참 감사합니다. 하지만 교회 밖의 활동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기에, 이곳 한인 교회들의 연합체인 콜럼버스 교회협의회에 참여하고, 미국장로교 목사이자 노회원으로서 노회 위원회 활동도 하며 노회 모임에도 최대한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외 활동을 해야 하는 일들이 자꾸만 생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어 크레도 강사로 갔던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물론 정치적인 활동이 아니라 목회자 교육 프로그램 리더로 간 것이지만, 외부 활동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또한 오하이오와 미시간에 있는 노회들이 소속된 카버넌트 대회(Synod of the Covenant)에서 작년에 신설된 ‘유색인종 교회들을 위한 총무’ 청빙위원이 되어 달라고 해서 같이 일했는데, 총무를 뽑은 이후에도 지금까지 다른 백인 남자 목사님 한 분, 흑인 여자 장로님 한 분과 같이 운영위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 역시도 정치적인 면보다는 행정 업무가 많은 일이라, 시간을 들여야 하고 신경 쓸 것들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작년 가을에 오하이오 지역 가정교회 지역 목자가 된 것 역시 대외 활동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교회들과 목회자들을 돕고 섬기는 사역이기에 감사함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지역 목자는 봄가을에 열리는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해야 하는데, 지난 4월에는 크레도와 비슷한 시기라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9월 둘째 주 토론토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는 반드시 가야 하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이후 한 번도 열리지 못했던 교단 내 한인 교회 목회자 컨퍼런스가 9년 만에 시카고에서 하필 9월 첫째 주에 열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지막 준비위원 중 한 사람이었기에 이번 컨퍼런스를 위해서 마지막 임기를 다하고 마쳐야 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컨퍼런스에도 준비위원으로 봉사해야 하기에 반드시 가야만 하게 되어, 9월에 두 주 연속해서 컨퍼런스를 가야 합니다.
이처럼 노회, 대회, 한인총회, 가정교회 등에서 맡은 일들이 많지만, 감투를 쓰고 과시하는 직책이 아니라 대부분 봉사하는 자리라서 맡았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일을 꼭 맡아야 한다면, 자신을 드러내고 스펙을 쌓는 ‘장’ 자리가 아니라(교회협의회처럼 돌아가며 임원을 맡는 것은 제외) 주로 섬기는 일들을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