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저는 내일부터 다음 월요일까지 일주일 동안 한국어 ‘크레도’(CREDO) 컨퍼런스에 강사로서 참가하게 됩니다. CREDO라는 말은 원래 ‘믿는다’라는 뜻의 라틴어 단어인데, 그것에 착안하여 다섯 개의 영어 단어들, 즉 Clergy(목회자), Reflection(묵상), Education(교육), Discernment(분별), Opportunity(기회)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러니까 ‘목회자를 위한 묵상과 교육과 분별의 기회’라는 뜻입니다.
원래 성공회에서 시작된 CREDO는 현역 목회자들을 위해 안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인데, 미국장로교에서도 2006년부터 도입하여 지금까지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CREDO 컨퍼런스는 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미국장로교 연금국의 초대를 받아야 하고, 인원 제한도 있어서 초대받은 후 즉시 신청해야 등록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CREDO에서 추구하는 것은 목회자의 전인적 건강(wholistic well-being)입니다. 그래서 목회자의 영성, 소명, 재정, 신체의 건강, 정신 건강 측면들을 다루면서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이 이끄시는 방향을 발견하여 앞으로 더욱 힘차게 사역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세워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3년 전인 2020년 2월에 초대받아 참여할 수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크레도에 가서 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면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저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목회자들에게만 해당하고 한인 교회 목회자들의 상황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도 꽤 있었기에, 그런 점에 있어서 약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알아보니 그동안 크레도 컨퍼런스에 참가한 한국어권 목회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반면 흑인 목회자들을 위한 크레도는 이미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장로교 내에서 숫자로는 한인 교회들보다 적은 히스패닉 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스페인어로 진행하는 크레도를 시작하려고 계획 중에 있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이에 우리 한인 목회자들도 이렇게 좋은 크레도 컨퍼런스의 혜택을 받아야 하겠고, 그러므로 당연히 한국어 크레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크레도 디렉터에게 연락하여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어 고맙다고 나누면서 한인 목회자들도 이런 혜택을 받도록 한국어 크레도를 만들어주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이미 검토 중에 있다는 긍정적인 답을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무 소식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작년 초 한국어 크레도 준비팀이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크레도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은 준비팀 리더 목사님이 전화를 주셔서 저를 크레도 강사진에 불러주셨습니다. 단지 크레도 참가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늘 제목처럼 ‘어쩌다 강사’로 일약 발탁된 것입니다.
미국장로교 연금국에서 일하시는 목사님 한 분이 저와 친한데, 그 목사님도 한국어 크레도 준비팀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기타 치며 찬양 인도를 많이 해본 것을 알고 있기에 그분이 저를 영성과 예배 담당 강사로 추천해주신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부흥회나 집회 강사를 해본 적이 없고, 1박 수련회 강사로만 딱 두 번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강사로 가게 되어 감사한 동시에 부담도 됩니다. 무려 8번의 예배를 진행하며 3번의 강의도 맡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서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 신실하게 섬기고 오도록 기도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