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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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고, 그저 페이스북(Facebook)에 가끔 글을 올리는 정도입니다. 대신 저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주로 읽습니다. ‘페이스북 친구’ 중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분이지만 문제적인(?) 글을 종종 쓰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크리스천으로서 최근에 한국교회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으로 쓴 글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읽으며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까웠지만, 역설적으로 교회만이 희망임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그분을 편의상 ‘K씨’라고 부르겠습니다).
K씨는 코로나가 많이 풀린 요즘 지인들을 자주 만나고 전화 통화도 꽤 하는데, 대부분 기독교 신자인 그들에게 이 질문을 꼭 한다고 합니다. “요즘 교회는 다니는가?” 그러면 대부분 안 다닌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지인들 중 절반은 아예 교회에 나가지 않고, 나머지 절반은 가는 둥 마는 둥 한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교회에 대한 실망입니다.
교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고 교회에 만족을 느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교회에 실망하면서도 여전히 머물러 있는 이유는, 첫째는 습관이고, 둘째는 오래된 친구들 때문입니다. 다들 교회, 특히 목사와 리더들에게 실망하면서도 오랜 습관 때문에, 또 친구들 때문에 교회를 떠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얼마 전 K씨의 교회 후배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 그에게도 교회에 잘 다니느냐고 묻자 그 후배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안 나가요. 저 2년 전에 사업 말아먹었어요. 아내와는 이혼했고요. 그랬더니 교회에 못 나가겠더라고요.”
그 후배의 말에 대해 K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업에서 망하거나 이혼한 사람은 나오지 말라고 하는 교회는 없다. 그럼에도 잘난 이들이 모여 행복한 대화를 나누는 데 몰입하는 교회 안에 실패한 이들이 설 자리는 없다. 요즘 교회는 삶에 실패한 사람들은 못 다닌다.”
당연히 교회는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에, 그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교회는 사회에서 잘나가는 사람도 오고, 특히 실패한 사람, 마음 둘 곳 없는 사람,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와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잘난 이들이 모여 행복한 대화를 나누는 데 몰입하는 교회’가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에서 주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감사 제목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사랑으로 섬기는 ‘진정한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목장으로 모이는 것입니다.
K씨가 며칠 전 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K씨와 같이 모태신앙이면서도 이미 여러 해 동안 명목상의 신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K씨는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신앙을 잃어버린 건 아니지만 교회에서는 떠난 사람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결국 차츰차츰 신앙도 잃어버린다.”
정말 그렇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교회를 떠난 신앙인은 점점 신앙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동시에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며, 또 믿는 자들이 서로 사랑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함께 모이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이며, 교회를 통해 우리의 삶이 변화되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정말 교회만이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