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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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어느 장관 후보자의 자녀 문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이 논문을 발표하고 화려한 봉사활동들을 했는데, 그런 것들이 어른들의 도움 없이 혼자 했겠느냐는 의심을 사며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국제학교와 외국인학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이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외국 국적 아이들을 위한 ‘외국인학교’가 있고, 내국인 학생들을 위한 ‘국제학교’도 생겼습니다. 국제학교들은 학비가 상당히 비싼 대신 교사진의 수준이 높으며, 전반적으로 재학생 학력 수준 역시 꽤 높습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데, 비용이 무려 1년에 수천만 원이나 하는 컨설팅 학원의 코칭도 받는다고 하니 참 놀랍습니다.
게다가 미국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논문 작성 시간이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어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여 꽤 높은 수준의 논문을 쓰는 일이 흔하고, 심지어 논문 등재가 졸업 필수사항이라고 합니다. 일반 국민은 이런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번 경우처럼 화려한 봉사활동 내용이나 논문 등재 등의 내용을 접하면서 불법이나 편법이라고 생각하며 흥분하고 비판하는 것 같은데, 사실 진짜 문제는 부유층의 성공만능주의와 스스로 귀족(?)이 되려는 비뚤어진 정신입니다.
부유층 사람들 상당수는 자녀가 외국 유명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학비가 엄청나게 비싼 국제학교에 보내고, 동시에 수천만 원짜리 학원에 따로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며, 게다가 미국 대학 입학시험인 SAT나 ACT를 위한 학원에 또 보냅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드디어 원하던 외국 대학에 들어갔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진학 후에도 방학마다 한국에 들어와 전공 분야에 대한 과외나 코칭을 또 받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외국 대학 진학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 학원들이 부추기는 고도의 상술인데, 부유층은 그런 학원들에 소위 ‘빨대가 꽂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겠습니까? 자녀가 좋은 학교 나오고 한국에 돌아와 부모 네트워크를 통해 공기업이나 기관에서 좋은 자리 하나 차지하거나 또는 정계에 진출함으로써 상류층 기득권이 대물림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직 외국 명문대 진학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청소년기의 모든 것을 바치며 자란 아이들 중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비뚤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외국 대학 진학에만 집중하다 보니, 실제로 들어간 후에는 목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또 그런 식으로 결과 위주의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으니까 시험이나 논문 작성 시 부정행위를 하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얼마 전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 온라인 시험을 치르던 미국 최고 대학교 학생들(한국의 외고 출신)이 같은 방에서 시험을 보면서도 각자 다른 방에 있는 것처럼 속이고 감시 카메라 위로 사인을 서로 주고받다가 걸리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모두 0점 처리되고 전공에서도 제적 처분을 받고 말았습니다.
한국 상류층 다수가 나라를 위해 봉사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앞으로 크리스천들이 사회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만이 유일한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