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사흘 후면 한국에서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를 해서 사전투표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하는데, 당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선거도 이전과 같이 현 집권여당 후보와 최대 야당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 확실합니다. 다른 교회들도 그렇겠지만, 우리 교회에는 여당 지지자도 있고 야당 지지자도 있으며 중도 입장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수요일(9일)이 되면 두 사람 중 한 명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데, 그날 한쪽은 기뻐할 것이고 다른 쪽은 좌절할 것입니다. 이곳에 사는 우리도 그 두 가지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이후를 위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한국 대통령 선거를 즈음하여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나라가 둘로 분열되어 서로 싸운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서로 자기 후보가 대통령 자격이 있고 상대방 후보는 형편없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어댑니다. 심지어 상대방 후보를 악마처럼 보면서, 그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까지 합니다.
그러나 여당 후보도 야당 후보도 ‘악마’가 아닙니다.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어도 ‘나라가 망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상대방 후보를 악마화하며 비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몇 십 년, 몇 백 년 계속해서 권력을 독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그런 나라들을 보십시오. 전부 독재 정권이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후보나 정당이 권력을 잡을 수도 있고, 내가 싫어하는 후보나 정당이 권력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힘으로 상대방을 죽이고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공정한 선거를 통해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규칙에 전 국민이 합의한 체제가 민주주의입니다.
사실 어느 쪽을 지지하든 한국 국민이라면 모두 민주주의자일 텐데,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반드시 선출되어야만 하고 악마인 상대방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으로 몰아간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신봉하는 민주주의를 오히려 부정하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악마가 아니라 자격 있는 파트너로 생각해야 하며, 선거에서 질 경우에도 기꺼이 권력을 내어줄 수 있는 건전한 경쟁자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선거를 통해 증오와 복수심이 끓어오르는 일이 생기지 않으며, 선거가 끝난 후에도 계속될 사회생활 가운데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과도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것을 인정하며 협력하는 사람이 민주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크리스천으로서 민주주의자를 넘어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신주주의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해야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긴 쪽은 자기들이 잘나서 된 줄 착각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국민 통합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기도해주십시오. 또 선거에 패배한 쪽은 원망하거나 핑계대지 말고 겸손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함으로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삼도록, 그래서 건전한 견제 세력이자 나라 발전을 위한 협력 파트너가 되도록 기도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