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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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콜럼버스 동물원은 여러 매체에서 미국 내 동물원 순위를 매길 때마다 10위 안에 들 정도로 훌륭합니다. 이곳을 비롯하여 어느 동물원이든 가 보면 아무래도 사자와 호랑이 같은 맹수의 인기가 높아서 인파가 몰립니다.
오래전 동물원에 갔을 때 호랑이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잠을 자고 있어서 얼마를 기다려봤지만 일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사자가 있는 곳에도 가보았더니 역시 잠만 자고 있었습니다. 원래 호랑이는 산이나 숲에서, 또 사자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이글거리는 눈빛과 압도적인 힘으로 다른 동물들 위에 군림하는 동물 세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지배자입니다. 그러나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와 사자는 아무 의욕도 없이 그저 잠만 자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동물원의 생활 여건이 야생보다 훨씬 좋습니다. 일단 병에 걸릴 염려가 없습니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수의사들이 미리 예방해줄 뿐 아니라, 혹시 병에 걸려도 즉시 달려와 치료해줍니다. 게다가 먹이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자가 다른 동물들을 사냥하는 영상을 보면 사실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들소의 뿔에 받혀서 공중으로 날아갈 때도 있고, 얼룩말의 뒷발차기에 맞아 고꾸라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사냥에 실패하면 굶을 수밖에 없는데, 동물원에 순응하여 가만히 지내고 있으면 사육사들이 시간에 맞춰 와서 최고의 먹이로 척척 먹여줍니다.
이렇듯 동물원의 생활 조건은 야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습니다. 하지만 동물원에 갇혀 있는 호랑이나 사자는 일단 활기가 없고 행복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맹수로서의 야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맹수는 동물원이 아니라 초원이나 산이나 숲에서 살아야 맹수다울 수 있는데, 동물원의 맹수는 전혀 맹수가 아닙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마치 야성을 잃어버린 동물원의 맹수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돈을 모아서 조기(또는 제때) 은퇴하여 이리저리 좋은 데 여행 다니고 크루즈도 타고 골프도 치면서 즐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오직 어떻게 하면 내가 즐겁게 살 것인가‘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은 오히려 행복을 주지 못합니다. 인생의 참 행복은 편안함이나 쾌락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비록 힘들더라도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삶을 살 때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인생의 목표는 단지 자기만족과 편안함일 수 없습니다. 오직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살 때 그 결과 참 기쁨과 행복을 경험하며 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자기만족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평소에는 눈빛부터 흐리멍텅하고 행동도 느슨한데, 자기 이익이 걸린 일에는 눈이 반짝반짝하고 행동도 무척 빠릅니다. 그 결과 자기는 이익을 얻을지 몰라도, 주변에는 피해를 줄 때가 많습니다. 반면, 힘든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하며 한 영혼, 한 영혼을 섬기려고 애쓰는 선교사님들을 보십시오. 그 얼굴에서 광채가 나고,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어서,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큰 도전과 감동을 줍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편안함만 추구하는 동물원의 맹수가 되기를 거부합니다. 힘들더라도 주님 주신 사명을 이루고자 영적 야성으로 최선을 다해 살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