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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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에 소재한 갓즈패밀리교회 유대호 목사님의 아버님께서 지난 4월 초 돌아가셨는데, 장례의 모든 절차와 예배가 큰 은혜의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얼마 전 설교 때 그 점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유 목사님이 아버님의 아름다운 죽음과 관련해 쓰신 글에 감동과 도전을 받았기에, 여기 정리하여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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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Well Living, Well Being”입니다. ‘이 땅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입니다. 하지만 죽을 때 ‘Well Dying’ 하는 사람은 찾기가 힘듭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 중에는 물론이고, 믿는 사람 중에도 Well Dying 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버지 유용석 장로님은 97년간 Well Living 하셨지만, 병원에서의 마지막 4개월의 삶도 Well Dying 하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Well Dying은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은데, 아버님이 보여 주신 아름다운 죽음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이렇게 정의해봅니다.
첫째, 아름다운 죽음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10년 동안 아버님을 모시고 살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신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 죽는 것이 두렵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이 다 먼저 하늘나라에 갔는데 나는 이렇게 오래 살았으니 감사해야지. 이제는 빨리 죽는 게 좋아.”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도 아버님에게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둘째, 아름다운 죽음은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배려하다 죽는 것입니다. 아버님으로부터 지난 4개월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다 됐어. 수고했다. 고맙다. 빨리 가라.”라는 말입니다. 병원에서 혼자 외롭게 계시면서도 식구들이 오면 5분도 안 되어 빨리 가라고 하시며, 어떻게든 자녀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배려하셨습니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셨던 아버님의 모습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배려하다 주님 품에 안기신, 정말 아름다운 죽음이었습니다.
셋째, 아름다운 죽음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축복하며 죽는 것입니다. 아버님은 코로나 사태로 4개월간 양로병원에 혼자 계시면서 많이 외로우셨지만, 그 후 오랜만에 찾아온 자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주 동안 찾아오는 사람들을 미소로 반갑게 맞이하시면서 주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하셨고, 한 분 한 분의 삶을 기억하며 덕담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죽음은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을 갖고 죽는 것입니다. 아버님은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니를 곧 만날 것이라는 확실한 소망을 갖고 계셨습니다. “이제 곧 엄마를 만나러 갈 거니까... 이제 하늘나라에 갈 거니까...” 하나님 품에 안기시기 이틀 전에 교회 식구들이 와서 아버님의 야위신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 아버님은 웃으시면서 “울지 마요. 왜 울어? 나 천국 가는데 슬퍼하지 말아요.”라며 오히려 병문안 온 식구들을 위로하셨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에 저와 아내에게 “다 끝났다, 다 끝났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 모두 유 장로님처럼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