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의 삶>의 교재인 <영적 훈련과 성장>의 저자 리처드 포스터(Richard Foster)에게는 멘토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남침례교 목사이자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철학과 교수였다가 2년 전 세상을 떠난 달라스 윌라드(Dallas Willard) 박사인데, <하나님의 모략> 등 여러 중요한 기독교 서적들을 남겼습니다.

윌라드 박사가 성 프란체스코(Francesco)의 고향인 아씨시(Assisi)를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귀족 출신이었던 성 프란체스코는 모든 부귀를 버리고 가난을 선택하여 수도사가 되었고, "평화의 기도"를 비롯하여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 분입니다. 아씨시는 이토록 위대한 신앙의 인물을 배출한 마을이지만, 윌라드 박사가 그곳을 방문하여 보니 성 프란체스코를 기념하는 교회와 기념관이 있고 기념품도 팔고 있었지만, 그의 귀한 신앙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실망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비단 아씨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 역사에서 큰 역할을 감당했던 운동이나 공동체들의 정신이 사라져 버리고 유적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유럽 교회가 그러한데, 미국이나 한국 교회도 그런 위험의 징조들이 보입니다.

우리도 성경적인 교회를 이루어보자고 가정교회를 하고 있지만, 정신 차리지 않으면 똑같은 우를 범할 수가 있습니다. 신약교회의 모습은 사라지고, '가정교회', '목장', '목자', '삶 공부'라는 이름만 남을 위험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고 계속하여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가 되려면 가정교회의 시스템이 아니라 정신을 붙들어야 합니다. 가정교회 정신의 핵심은 '성경대로'입니다. 성경에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성경에서 아니라고 하면 아닌 줄 알고, 성경에서 하라고 하면 그대로 하고, 성경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멈추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경대로'의 정신을 표현한 것이 바로 가정교회의 세 축과 네 기둥입니다. '목장, 삶 공부, 주일예배'를 가리키는 3축은 컴퓨터에서 하드웨어에 해당되고, 4기둥은 소프트웨어에 해당됩니다. 4기둥은 가정교회의 정신이고, 3축은 이 정신을 담는 그릇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늘 깨어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가정교회의 정신인 4기둥에서 멀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쉽습니다.

첫째 기둥인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든다'는 교회 존재 목적을 잊기가 쉽습니다. 영혼 구원보다 숫자적인 성장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제자를 삼으려는 노력 대신에 관리 목회로 빠질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더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둥인 '보여서 제자 만드는 제자 훈련 방식'도 변질되기 쉽습니다. 삶을 보여서 제자를 만들려면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힘든(?) 목장생활 대신에 일주일에 한 번 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신앙생활을 다 하려 드는 것입니다.

셋째 기둥인 '목회자와 평신도가 자신의 고유 사역에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성도들을 훈련하여 사역자로 길러내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니까, 평신도가 할 사역을 목회자가 직접 다 해버리고 맙니다. 성도들도 자신의 사역을 목회자에게 다 미루고 편안하게 교회에 다니면서 구경꾼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넷째 기둥인 '섬기는 리더십'도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섬김을 받기를 원하고 섬기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섬김의 리더십은 오직 기도와 말씀 가운데 주님과 동행해야만 가능한 리더십입니다. 그런데 점점 기도와 말씀에 게을러지면서, 섬기는 리더십이 아니라 지시하는 리더십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의 기쁨과 열매를 누리고 성경적인 교회를 이루려면, 끊임없이 '성경대로'의 정신을 기억하고 자신의 편안함이 아니라 주님의 기쁨을 추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