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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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신 장모님을 뵈러 3주 예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아내가 드디어 내일 돌아옵니다. 몇 년 전에도 같은 이유로 아내가 혼자 나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아들 은우가 함께 있어서 저 혼자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아들도 멀리 있는 대학교에 가서 집에 없기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3주 동안 혼자 지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혼자는 아니고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이 있어서, 제가 집에 들어오면 격하게 꼬리치고 반겨주며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니 좋습니다. 그 대신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시키며 돌봐주느라 은근히 바쁘고 신경이 쓰이기는 합니다.
그 동안 식사는 주로 아내가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간 음식들을 꺼내어 데우거나 볶아서 먹었습니다. 또 여러 분들이 음식을 챙겨주셔서 감사히 잘 먹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베풀어주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음식을 해서 먹을 때는, 비록 미리 만들어 놓고 간 음식이라도 냉장고에서 꺼내어 데우거나 볶아서 먹고 또 설거지까지 하는 일들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며 익숙해지니까 이제는 제법 주방 일을 하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속으로 ‘야, 이제는 내가 아주 전문가가 다 되었군. 혼자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어.’라고 자신만만했는데, 바로 다음 순간 ‘가만있자, 근데 다 만들어놓은 것을 데워먹는 수준밖에 안 되면서 뭐가 혼자 살아도 문제가 없다는 거야?’ 하며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확실히 요리나 주방 일에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그래도 설거지는 잘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쪽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더 못하는 것입니다. 반면, 제 아내는 요리나 주방 일을 좋아하고 집안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도 좋아하며, 특히 무엇이든 아주 깨끗하게 정리를 잘해놓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무 보는 것이나 인터넷으로 뭔가를 하는 것을 잘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내가 한국 방문을 위해 격리면제를 신청하는 것은 제가 다 해주었습니다. 비행기 표 구입을 비롯해서 인터넷 격리면제 신청, 전자입국허가서 발급,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신청 등 사무적인 부분들은 제가 해주었습니다. 그런 쪽으로는 아내가 잘하지 못하는데다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사람마다 잘하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으며, 관심이 있는 분야도 각자 다릅니다. 그럼에도 만일 제가 집안일을 맡아서 하겠다고 우기거나 아내가 컴퓨터로 하는 일들과 사무적인 부분들을 맡아서 하겠다고 우긴다면, 우리 집은 금방 엉망이 될 것입니다. 각자 관심이 있고 잘하는 일을 맡아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3주를 혼자 지내면서 교회 생각이 났습니다. 교회에도 여러 지체들이 있는데, 각자 재능이 다르고 은사도 다릅니다. 한 교회에 똑같은 은사를 받은 사람들만 있는 경우도 없고, 여러 가지 은사들을 한 사람만 받은 경우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각기 몇 가지 다른 은사를 받아 같은 교회에서 섬기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각자 자신이 받은 은사대로 사역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비록 어떤 분야에 은사가 없는 것 같아도 그것에 자꾸 관심이 가거나 ‘내가 저걸 도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든다면 일단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그 사역에 맞는 은사를 주실 때가 많습니다. 우리 각자가 성령님이 주신 은사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사역하며 섬길 때 우리 교회 공동체는 더욱 든든하고 아름답게 세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