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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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를 위한 가정교회 컨퍼런스에 저희 부부가 참석한 것이 벌써 2주가 되어 갑니다. 지난주에는 휴스턴에서 목자 컨퍼런스가 열렸고, 우리 교회에서는 목자 부부 두 가정(4명)이 다녀오셨습니다. 원래 목자 컨퍼런스는 매년 7월 휴스턴에서 열리는데, 작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되었고 올해도 연기되어서 지난주에 열린 것입니다. 내년에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정상적인 날짜에 열리면 좋겠습니다.
지난번 목회자 컨퍼런스에서 집회 때마다 올랜도 비전교회 찬양 팀이 찬양을 인도했는데, 우리 교회에서 불러본 적이 없는 곡들을 주로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 한 곡이 지난 수요예배 때 불렀던 <예수의 길>이고, 또 다른 곡이 바로 오늘 부르는 <은혜>입니다.
두 곡 다 컨퍼런스 당시 부를 때 너무나 큰 감동과 은혜가 되었기에 돌아오자마자 악보를 찾아놓았고 유튜브(YouTube)에서도 찾아 여러 번 들었는데, 역시나 매번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그 중 오늘 우리가 부르는 <은혜>라는 곡을 부를 때 정말 큰 은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가사가 제 마음속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곡의 시작 부분인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라는 가사부터 제 마음을 콱 찔렀습니다.
저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별로 가진 게 많지 않지.’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 가사를 보며 지금 내가 누리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좋은 티브이와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컴퓨터도 있고,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가지고 누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별로 가진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 참 부끄럽습니다.
계속되는 가사인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내가 이 땅에 태어나 사는 것, 어린 아이 시절과 지금까지 숨을 쉬며 살며 꿈을 꾸는 삶,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지난날들, 즉 한국에서의 20년의 삶과 미국에서의 35년 이민생활 동안 일어났던 굵직한 일들이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중고교 시절, 대학 진학, 이민, 미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어 하며 고국을 그리워하던 기억, 신학교 진학, 한국 교환학생 시절과 그때 아내를 만나 결혼한 것,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신학 공부를 마치고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대륙 횡단을 두 번 한 것, 아들의 출생, 그 사이사이 부모님과의 추억들과 작년 아버지의 소천, 무엇보다 좋은 교회를 만나 콜럼버스에서 16년 이상 평안히 목회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라 정말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찬양하고 예배하는 삶,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축복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라는 가사 또한 마음에 확 와 닿습니다. 우리가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교회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지금껏 열심히 달려왔지만, 그것 역시 우리 힘으로 되는 것이나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마지막 부분인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라는 가사가 결정타(?)로 다가옵니다. 지금까지 삶에서 경험한 모든 일들과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 무엇보다 내 삶에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