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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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가 마지막으로 야외예배로 모였던 것이 2012년이었으니까, 오늘 9년 만에 야외예배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는 Father’s Day 때 야외예배로 모였는데, 2010년부터 창립기념주일인 10월 둘째 주일로 옮겨서 모였습니다. 그러다 2012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야외예배를 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야외예배를 할 때 오히려 평소보다 빠지는 분들이 많았고 그 외에도 몇 가지 힘든 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하지 않다가 이번에 약간은 갑작스럽게 야외예배를 하게 된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 주일(24일)부터 예배 시간을 이전처럼 바꾸면서 그것에 대한 표지가 되도록 하는 동시에, 그 동안 사정으로 인하여 현장예배에 나오지 못하던 분들도 오늘 야외에서 모일 때 참석함으로 혹시라도 있었을지 모를 어색함을 털어내고 다음 주일부터 자연스럽게 현장예배에 오실 수 있도록 해드리기 위함입니다.
그 동안 가졌던 야외예배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때는 2008년 9월 28일에 이곳에서 드렸던 야외예배입니다. 원래 그날은 야외예배를 계획한 날이 아니었는데, 그 이틀 전인 9월 26일(금)에 교회에서 불의의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남으로 인하여 부랴부랴 장소를 공원으로 정하여 예정에도 없던 야외예배로 모였던 것입니다.
가스 폭발 사고가 있던 날 우리 교회 건물의 모습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당시 교회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뻥 하는 소리와 함께 천정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고, 책장들이 넘어지면서 책들이 다 쏟아졌으며, 본당에 들어가는 큰 문짝들과 방송실 및 유아실의 대형 통유리들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보니 그 당시 공사 중이던 친교실 쪽으로 본관 교실의 벽들이 다 깨지고 무너져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회는 긴급히 야외예배를 결정했고, 그래서 폭발 사고 이틀 후인 주일에 이곳에서 야외예배를 드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해 6월 아버지날에 미리 계획된 야외예배를 드렸을 때와, 가스 폭발 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야외예배를 드렸을 때의 마음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6월에 모였을 때는 아주 즐겁고 좋았는데, 9월 말 사고 후에 모였을 때는 왠지 모르게 쓸쓸함과 처량함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야외예배는 아직 코로나 사태 중이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을 제외한 교우들 대부분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또 오랜 만에 다 같이 야외에서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참 감사하고 기쁩니다. 아직 함께 모여 바비큐 요리를 하거나 서로 붙들고 하는 게임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아름다운 자연에 나와 교회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이중 언어로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된 점도 좋습니다.
비록 오늘은 여기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지는 못하지만 친교위원회에서 맛있는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해주셔서 함께 음식을 나누며 교제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코로나 상황을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지만, 혹시라도 아직 같이 앉아 식사하기가 힘든 분들이 계실 것을 감안하여 그렇게 배려해주신 것이기에 더욱 감사합니다.
오늘 야외예배 준비를 위해서 애쓰신 준비 팀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열심히 섬기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 야외예배가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예배하고, 그 후 이곳에서의 아름다운 시간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