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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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교회의 창립 27주년 주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사건 하나가 2주 전에 10주년을 맞이했는데, 그것을 깜빡 잊어버린 채로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스마트폰의 발전된 기능 때문에 며칠 전 제 전화기에 그때 찍은 사진들이 뜬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들을 보니 10년 전 그날의 충격이 생생히 떠올랐습니다.
2008년 9월 26일 금요일 오전 11시경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천정이 무너지며 타일들이 떨어지고 벽도 깨졌으며, 책장이 넘어지면서 책들이 다 쏟아졌습니다. 친교실 공사 중 가스관을 잘못 건드려 기계실에 가스가 가득 차 있다가 폭발했던 것입니다. 그때 천정이 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가 앉아 있던 곳의 천정만 무너지지 않았고, 무거운 책장이 저를 향해 쓰러졌지만 책상이 그것을 막아주어 저는 전혀 다치지 않았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당시에는 사무실이 지금의 유아방 위치에 있었는데, 그날 거기서 일하고 있을 때 화장실 앞 복도 쪽에서 건축회사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들의 말소리가 계속 들리기에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러 나가려고 하는데, 그때 교회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주일예배가 몇 시냐고 묻는 영어권 여성의 전화였는데, 예배 시간을 말해주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들이 우르르 떨어지고 천정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는 처음에 비행기가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만약 그때 전화가 안 왔더라면 저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나는 복도로 걸어갔을 것이고,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나 뭔가가 날아와서 저를 쳤든지 천정에서 떨어지는 잔해에 머리를 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화장실 앞 복도로 가 있을 때 폭발했다면, 폭발이 일어난 기계실과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나가려고 일어나던 바로 그 순간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에 방에 남아서 전화를 받았고, 통화한지 약 1분 정도 되었을 때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었고, 그것은 하나님께서 보호해주신 것이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 대개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데, 전혀 불이 나지 않은 것도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폭발력이 결코 약했던 것이 아닙니다. 폭발로 인하여 교회당 벽이 처참하게 파괴됐고, 유아실과 방송실에 달린 대형 유리가 빠졌으며,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진 본당입구 출입문들도 부서지고 떨어질 정도로 가스 폭발의 위력은 엄청났습니다. 그런데도 건물 안에 있던 제가 전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기적이었고, 폭발이 일어난 기계실 안에 있던 건축업자 역시 화상만 입었다는 것은 실로 기적이었습니다.
그 사고로 인하여 소방차들과 앰뷸런스들이 달려왔고, 동시에 콜럼버스 4개 방송사의 차들도 교회로 몰려와서 취재하는 가운데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덕분에 그날 저는 콜럼버스 모든 텔레비전 방송국의 저녁뉴스에 동시출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이 폭발사고는 정말 충격적인 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여기에도 하나님의 선한 뜻이 있는 줄로 믿으며, 최선을 다해 나아갈 것입니다.”
실제로 폭발사고 이후 재정적으로도 채움을 받았고, 교회 공동체 및 건물의 소중함도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10년이 흘렀다니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그러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신실하게 인도해주실 것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