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어릴 때부터 교회 안에서 자라는 가운데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666’이 아주 나쁜 사탄의 숫자라고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미국에 이민 온 후 부모님이 섬기시던 교회에서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하필 교회 차 번호판에 적힌 숫자가 바로 ‘666’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교인들 모두가 기분이 참 묘하고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관두고 새 번호판을 구입하여 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하필 오늘이 제가 목회편지를 쓴 지 정확히 666번째 되는 글입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요한계시록의 ‘666’이 뭔지 간단하게나마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666’이 적그리스도 및 세계단일정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베리칩(Verification Chip)’이 바로 그 ‘666’이므로 그 짐승의 표를 받으면 지옥에 간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극단적 세대주의자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666에 대해서 오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666’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목적으로 요한계시록 13장에서만 사용된 단어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베리칩은 좁쌀보다 약간 큰 정도의 아주 작은 칩으로, 몸의 특정 부위에 넣어서 의학적 성과를 얻으려는 칩입니다. 그런데 극단적 세대주의자들과 거짓된 종말론자들은 요한계시록 13장 16-17절의 “그 오른손에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하고,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하니”라는 말씀과 연결시켜, ‘이 짐승의 표가 666이며, 그것이 바로 베리칩’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적그리스도가 사람들의 손목에 베리칩을 넣어서 세상을 통제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증명되었으니까 하나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666 짐승의 표’는 과연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요한계시록 13장 17절은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고 하고, 바로 이어지는 18절에서는 그 짐승의 수를 가리켜 분명히 “그 수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데, 그 수는 육백육십육”(계 13:18, 새번역)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짐승의 수는 흔히 우리가 읽는 것처럼 ‘육육육’이 아니라 ‘육백육십육’입니다. 그리고 이 수는 분명히 ‘어떤 특정한 사람’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대인의 묵시문학에서 숫자를 통해 어떤 인물이나 물건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그것을 게마트리아(Gematria)라고 합니다.
요한계시록 13장을 보면 ‘바다에서 올라오는 짐승’과 ‘땅에서 올라오는 짐승’이 있는데, 사도 요한이 환상을 보고 당시의 로마를 직접적으로 가리키며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다른 짐승은 당시의 도미티아누스 황제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이전의 악한 황제 네로가 환생했다고 할 정도로 악한 황제였습니다. 그러한 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당시 큰 박해 아래 있던 교회가 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악독함에 있어서는 도미티아누스의 선배(?) 격인 네로의 이름을 암호적인 숫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에는 한국어에 없는 숫자 값(numerical value)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게마트리아’입니다. 그 방법으로 네로의 이름을 계산하면 그것이 바로 ‘육백육십육’입니다. 그러므로 ‘666 짐승의 표’라는 것은 베리칩이 아니라, 네로의 환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악했던 로마의 폭군 도미티아누스를 가리키는 표현인 것입니다.
혹시 누군가가 ‘육육육’을 말하며 짐승의 표나 베리칩 운운하더라도 전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일단 그것은 ‘육육육’이 아니라 ‘육백육십육’이며, 베리칩이나 그 어떤 저주와도 아무 상관이 없는, 당시 박해 상황 속의 암호적 표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