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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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을 보면, 원래 초대 교회는 다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와,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집집이 가정에서 모이는 모임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313년 콘스탄틴 대제의 칙령으로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된 이후부터 가정 교회들은 사라지고, 다 같이 모이는 공 예배 중심으로만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감사하게도 20세기에 들어서 신약 교회의 정신을 회복하자는 운동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구역, 제자훈련, 순, 소그룹, 가정교회, 셀교회(cell church), G12, D12(두 날개) 등, 많은 운동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다른 데서 셀 교회(cell church)를 하는 목사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셀 교회 다니는 분을 만나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정교회와 셀 교회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정교회와 셀 교회는 내용 면으로 볼 때 95% 정도가 같습니다. 마태복음 28장에 나오는 '대 사명(The Great Commission)에 기초해서,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들자"는 정신이 같고, 작은 그룹을 통해 사역을 펼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5%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5%라는 것이 아주 큰 숫자는 아니지만, 이 작은 차이가 사실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왜냐하면 이 5%는 사람의 몸으로 비유할 때 가장 중요한 DNA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이 5%의 차이가 무엇인가? 셀 교회는 효율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가정교회는 신약교회의 회복에 초점을 둔다는 점입니다. 셀 교회도 물론 신약성경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신약적인 원칙보다는 효율성을 더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가정교회에서는 효율성보다도 신약적인 원칙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셀 교회에서는 더 효과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남자 셀과 여자 셀이 따로 모이기도 하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셀을 만들기도 하며,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아 직장 셀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또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셀을 만드는 세포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그것을 '암세포'라고 부르면서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가정교회는 매주 모이고, 남자와 여자가 함께 모이며, 신자와 비신자가 함께 모이기를 고집합니다. 효율을 따지기에 앞서, 신약교회의 모습이 그랬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 되어도 분가하지 못하거나 VIP가 한 명도 없더라도 목장을 억지로 해체시키지 않는 이유는, 목장이 곧 교회적 공동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가정교회의 기초는 성경이기 때문에, 혹시 효율이 떨어지거나 아주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냥 성경대로만 해보자는 것이 가정교회의 정신입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성경에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성경에서 아니라고 하면 아닌 줄 알고, 성경에서 하라고 하면 하고, 성경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자"라고 하는 것이 가정교회의 기본 정신입니다.
누군가가 이런 비유로 표현했습니다. "셀 교회는 아기를 낳기 위하여 결혼하는 것과 같고, 가정교회는 사랑해서 결혼하여 살다보니 아기가 생기는 것과 같다." 가정교회에서의 영혼 구원은 신약성경의 정신에 순종하고 신약교회를 회복하려 애쓰다보니까 자연적으로 생기는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가정교회에서는 "성경대로"가 핵심 표어가 되어야 합니다. 이 정신을 놓치면서 조직이나 방법만 붙잡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오직 성경!" 이것이야말로 1세기 신약 교회의 정신과 16세기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