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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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커피를 사 마시러 갔을 때, 저를 보자마자 친근한 친구를 대하듯 환영해주면서 저의 안부까지 물은 다음, 제가 주문할 커피가 뭔지를 알아맞히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저는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져서, 어떻게 내가 마실 것을 미리 알았느냐고 묻자, 그냥 그럴 것 같았다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고 기억해두었다 맞춘 것이 아니라, 대충 감으로 때려잡은(?)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를 가치 있는 고객으로 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물건을 사고파는 비즈니스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개인적 안부를 물어보기도 하고, 오늘 이 시간까지 일이 잘되고 있느냐고 일부러 물어보는 상점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몇 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잘 지낸다고 하거나 날씨가 너무 쌀쌀하다고 하는 등, 개인적인 대화를 잠시 나누게 됩니다.

   

회사로부터 손님들에게 그렇게 대하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방침이 그래서 하는 것이라면, 손님의 입장에서 그것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친절하게 인사해주고 물어봐주는 직원들을 볼 때, 자신에게 온 손님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려 한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다른 직원들보다 더 친절을 베푼다고 돈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과 자기 손님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센스가 돋보입니다. 제가 회사 사장이라면 당장 데려와서 쓰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반면 짜증나고 화가 나게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만 하거나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시시덕거리는 이들입니다. 오래 전 다른 주에 이사를 가서 운전면허를 바꾸러 갔을 때, 그곳 직원들의 무성의한 태도와 태만한 근무 자세로 인해 네 번씩이나 서류가 잘못되어 무려 세 시간을 거기 잡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곳 공무원들에 대한 인상이 안 좋은데, 그곳만 생각하면 '엉터리'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줄이 길어지면 카운터를 하나 더 열어서 손님을 받을 수 있는데도 서로 눈치만 보며 어슬렁거리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절로 게으르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게 됩니다.

   

반면, 그럴 때 자신이 하던 일을 놓아두고 재빨리 달려와서 카운터를 열어 손님을 맞아주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친절과 섬김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이야말로 그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직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과연 하나님께서는 어떤 종류의 사람에게 기분이 좋아지시겠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도 제대로 안 하고 게으르거나 태만한 자세로 임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으실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자기가 할 최소한의 섬김만 딱 하고서 종이 땡 치면 자기 개인 용무를 위해 바로 섬김을 접어버리고 나가는 사람 역시 그다지 기뻐하실 것 같지 않습니다.

   

옆에 있는 형제자매가 힘들어 하거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자신의 일도 바쁘고 힘에 부치지만, 딱 최소한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엑스트라로 조금만 더 애써주는 사람을 기뻐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엑스트라로 조금 더하는 것도 넘어서, 아예 자신의 최대치를 해보려고 애쓰는 사람은 더욱더 기뻐하실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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