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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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오전, 코네티컷 주의 뉴타운(Newtown, Connecticut)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무장괴한이 총기를 난사하여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등 2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범인은 이미 집에서 자기 모친을 살해하고 학교로 와 총을 쏜 후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총기난사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특히 최근 들어 총기 사용과 관련된 끔찍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아무 힘없는 어린이들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5세에서 10세 사이의 아이들 20명이 총에 맞아 죽은 것입니다. 제 아들 또래나 그보다 어린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부모인 저에게는 이번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고 아주 크게 마음에 다가옵니다. 사랑하는 자신의 어린 자녀가 총에 맞아 죽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면 얼마나 충격이겠습니까. 범인이 총을 겨눌 때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을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괴롭습니다.
이 사건 직후 가진 기자회견 도중 오바마 대통령도 어린이들의 희생에 안타까워하며 눈물까지 흘렸고, 미국 내에서 총기 규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정말 미국 내에서 총기 사용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사실 지난 목요일 저녁 때 집에서 제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 제가 혼을 좀 내주었습니다. 평소에는 주의를 주는 정도로 그치는데, 그날은 좀 언성을 높이며 야단을 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삶 공부를 인도하러 갔고, 제가 집에 돌아왔을 때 제 아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평일에 보통 새벽기도 이후에도 교회에 남아서 일을 하다가 점심 때 집에 들어가곤 하기 때문에, 금요일 아침에도 제 아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못 보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번 사건이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그날 일어났다면, 그래서 제 아이가 희생자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슬픔 때문에 견딜 수 없는 충격 속에 빠졌을 것입니다. 제 아들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 야단을 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번에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난 20명의 아이들 중에서도 부모에게 야단을 맞고는 미처 얼굴을 못 본 채 아침에 등교했다 변을 당한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부모들 중에 그런 경우가 있다면, 지금 그들이 당하는 슬픔은 다른 어떤 부모들보다 훨씬 더 클 것이고 그것 때문에 앞으로 평생 후회 속에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없었기를 바랍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코네티컷은 미국에서도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인데도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정말로 안전한 곳은 없다는 뜻이 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말 자녀에 대해 후회할 만한 순간을 만들면 안 되겠다는 것을 다시금 절실히 깨닫습니다. 자녀에 대해서만 아니라 사랑하는 배우자와 가족들, 그리고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혹시라도 어떤 사람과의 마지막 만남이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마음이 상할 만한 것이었다면, 이 해가 가기 전에 그것이 풀리기 바랍니다. 더 이상 그 얼굴을 이 땅에서 볼 수 없게 되어 후회하기 전에, 그 관계를 빨리 풀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