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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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요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막 나서는데 급작스런 소식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 전에 우리 교회 원로목사이신 양형춘 목사님이 일본 오사카 병원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일본 현지 시간으로 2021년 7월 15일(목) 오전 9시 30분, 당시 입원 중이셨던 이쿠오중앙병원에서 사모님과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90년의 생애를 마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므로 양형춘 목사님에 대해 약간 소개를 드립니다. 1931년 함경북도 함흥에서 출생하신 목사님은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피난하여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셨습니다. 그 후 목사 안수를 받으시고 대구 신명여고 교목으로 활동하셨으며, 대구에서 청산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하셨습니다.
1969년 일본 동경신학대학원으로 유학을 가신 목사님은, 재일대한기독교회 교단에 소속되어 섬기시면서 서울 연동교회의 지원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의 일본선교사로 파송 받아 사역하셨습니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소속 요코스카교회에서 4년, 그리고 교토교회에서 20년(1974~1993년) 동안 목회하시면서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1987~1989년)도 역임하셨습니다.
일본 사역을 마무리하시고 미국에 오셔서 63세에 우리 교회의 3대 담임목사로 부임하신 후 2005년 2월 은퇴하실 때까지 10년 이상 사역하셨습니다. 부임 당시 교회가 아주 혼란스럽고 복잡했는데, 아버지 같은 사랑의 리더십과 돌봄으로 교회를 안정시키시고 2004년에는 성도들과 함께 교회 건축도 완성하여 현재 우리 예배당을 포함한 본관 건물을 헌당하였습니다.
은퇴 후 원로목사로 추대되셨고 이곳저곳에서 임시목사로 사역하기도 하셨는데, 결국 2014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시고 자녀들이 있는 일본 오사카로 이주하셔서 지금까지 생활해오셨습니다. 자녀는 2남2녀가 있으신데, 두 따님(양애란, 양희란)은 모두 목사 사모이고, 장남(양상진)은 목사이자 히로사키대학 교수 및 교목이며, 차남(양청진)은 오사카교회 집사이자 정신과 전문의입니다. 목사님은 일본 이주 후 큰사위 정연원 목사님이 담임하는 오사카교회에 출석하시며 명예목사로 계셨습니다.
지난 2018년 여름에 사모님과 함께 마지막으로 이곳을 다녀가신 목사님은, 2년 전부터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입원 치료도 받으시고 요양병원에서 재활을 하기도 하셨습니다. 특히 작년 3월 코로나 사태 중 재활전문병원으로 들어가셔서 몇 달 동안 가족 면회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혼자 지내기도 하셨습니다.
양 목사님께서는 저와 연락을 하실 때마다 늘 부모님 안부를 물으셨는데, 작년 12월 제가 부친 장례를 마친 후 연락해서 알려드렸더니 몸도 편찮으시면서 전화까지 주셔서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6일 목사님의 90회 생신을 맞아 문자로 축하 인사를 드리며 건강하시라고 말씀드렸더니 “기억하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도 건강하시오.”라고 짧게 답글도 주셨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수요일 목사님의 소천 소식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우리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을 때, 경험도 없고 여러 모로 부족한 저를 아들 같이 사랑으로 대해주시고 늘 인자한 미소로 따뜻하게 격려해주시던 양형춘 목사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이 땅에서 뵐 수 없기에 안타깝지만,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뵐 것을 생각하며 그때까지 목사님이 가신 길을 뒤따라가며 최선을 다해 사역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