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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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수요일에 조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여러 혼란한 상황이 있었는데, 결국 지난 6일 미 의회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수백 명의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에 무단으로 난입하여 회의가 중단되고 5명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회의가 속개되어 새벽에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만 보아도 미국이 얼마나 나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후 똑같은 상황인데도 CNN에서 보도하는 내용과 Fox News에서 보도하는 내용이 관점에 있어 상당히 다른 것을 봅니다. 편이 갈라져 싸우는 모습은 한국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참 안타까운 상황인데 해결책이 안 보입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뉴스 기사들이나 여러 글들을 읽던 중, 마침 최영기 목사님(전 국제가정교회사역원 원장)이 페이스북(Facebook)에 써서 올리신 글을 읽었는데,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독교 국가였던 미국이 급속히 세속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크리스천들이 그것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런 추세는 막을 길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크리스천들은 이런 현상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세속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없습니까?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시도한 책이 있습니다.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사회학과 교수인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James Davison Hunter)의 <기독교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To Change the World)>입니다.
미국의 크리스천들은 정치적 파워를 통해 세속화를 막아보려 시도합니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대법관이 되도록 정치 운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헌터 교수는 정치적 파워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크리스천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욕구를 버리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하나님의 영역이고 우리의 역할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인물은 단연 예수님이신데, 예수님은 파워를 거부하셨습니다. 광야에서 40일 금식기도 후 사탄이 예수님을 시험했던 세 가지 유혹의 핵심이 모두 파워를 가지고 세상을 구원하라는 것이었는데, 예수님은 그것을 단호히 물리치셨습니다. 대신 예수님은 하나님만 의지하셨고, 종이 되어 섬기셨고,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고, 자신을 희생하기까지 사랑을 실천하셨습니다.
초대 교회가 박해를 받으면서도 결국 로마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예수님의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회적 신분과 관계없이 서로 영적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음식을 먹고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엄청난 박해를 받아도 복수하지 않고 오히려 축복해주었습니다. 특히 로마제국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시민들이 피신할 때, 크리스천들은 도망가지 않고 남아서 병자들을 돌보고 시신들을 수습하여 장사를 치러주었습니다. 파워가 아니라 예수님의 방법으로 나아갔더니 오히려 로마 제국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다른 것보다 힘없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돌보고, 가족 같은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사랑하며 섬기고,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이며 나아갈 때,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세상을 바꾸시는 역사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