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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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책에서 읽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에 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191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후 독일 전 지역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플랑크는 어디에 초청을 받든지 자신이 정립한 양자물리학 개념에 대해 똑같은 강연을 했습니다. 3개월 동안 20회 이상 같은 강연을 반복하니까 그와 늘 동행하던 그의 운전사도 내용을 다 외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플랑크가 피곤해하는 모습을 본 그의 운전사가 엉뚱한 제안을 했습니다. “플랑크 교수님, 뮌헨에서는 제가 대신 강연을 해보면 어떨까요? 교수님의 강연 내용은 다 외우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질문도 대부분 똑같으니까 들킬 염려는 없을 겁니다. 교수님은 청중석 맨 앞자리에서 제 운전사 모자를 쓰고서 잠깐 쉬고 계십시오.”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생각한 플랑크는 그것을 허락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운전사는 박사급 이상의 수준 높은 청중 앞에서 양자물리학에 대해 긴 강연을 했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상태에서 훌륭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강연이 끝날 무렵 한 물리학 교수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운전사는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뮌헨과 같이 발전된 도시에서 그처럼 단순한 질문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는 제 운전사도 대답할 수 있으니까 그에게 답변을 부탁하겠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나온 개념이 소위 ‘운전사의 지식(Chauffeur’s knowledge)’입니다.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진짜 지식’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운전사의 지식’입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훈련을 해온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진짜 지식인 반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며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게 과시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운전사의 지식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멋진 목소리나 호감을 주는 외모를 가진 과시형 인간인데, 능숙한 말솜씨로 그럴 듯한 말들을 마구 쏟아내지만, 그들이 퍼뜨리는 운전사의 지식은 오랜 훈련을 통해 나온 진짜가 아니라 그저 흉내만 내는 것이기 때문에 공허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쇼맨십이 뛰어난 ‘운전사’가 떠드는 뻔지르르한 말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른 채 솔깃해서 듣다가 거기에 속아 넘어가고 맙니다.
1세기 초대 교회 성도들 중에도 진짜 성경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운전사의 지식에 머물던 교인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어제(토) 큐티 본문인 히브리서 5장에서 그것을 지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때가 오래 되었으므로 너희가 마땅히 선생이 되었을 터인데 너희가 다시 하나님의 말씀의 초보에 대하여 누구에게서 가르침을 받아야 할 처지이니 단단한 음식은 못 먹고 젖이나 먹어야 할 자가 되었도다” (히브리서 5장 12절)
진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 범위 밖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나는 그것에 대해 잘 모릅니다.”라고 솔직하면서도 당당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가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마치 아는 것처럼 떠들기만 하지, 자기가 사실은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저부터 먼저 운전사의 지식으로 떠들지 않고 진짜 지식으로 사역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우리 모두는 운전사의 지식으로 떠드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진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가까이 해야겠습니다.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신앙과 인격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