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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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느덧 마지막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또 다시 비관적인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지난주 한국 뉴스를 보는데 답답하고 암울한 소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특히 요즘은 왜 이리도 억울한 사람들이 많은지, 너도나도 밖으로 나와 집회를 하거나 시위를 벌입니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에서 열린 집회 또는 시위 건수가 무려 6만 2천여 건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4년 동안의 평균이 4만 5천여 건인 것에 비해 12월 한 달을 빼고도 다른 해보다 무려 50%나 늘어난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과거에는 생존권 문제가 주요 원인이었고 주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집회가 많았는데, 요즘은 ‘같은 인간인데 왜 나는 이런 부당한 대접을 받아야 되느냐’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항의하기 위해 집회나 시위를 벌인다는 것입니다.
소위 ‘갑질’을 일삼은 총수 일가를 규탄하는 항공사 직원들의 집회, 미투 운동으로 시작된 성차별과 성폭력 반대 집회, 택시기사들의 카풀 반대 집회, 또 부당 노동 조건에 항의하며 굴뚝에 올라가 한 달 이상 지속하고 있는 시위 등 아주 많습니다. 특히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법을 통과시키라고 압박을 가하는 집회들도 많이 열립니다. 최근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24세 청년으로 인해서 촉발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너무나 많은 집회와 시위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 전에는 한국의 모 대형교회에서 목회자 세습을 강행한 것으로 인하여 많은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을 비롯한 신앙인들이 반대 집회를 갖고 세습 반대 운동을 벌였는데, 이것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요즘 특히 우려되는 점은, 어떤 이슈에 대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같은 곳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이다가 충돌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난민들을 받아줘야 한다는 사람들과 받아주면 안 된다는 사람들이 동시에 집회를 벌이다 충돌했고, 개 식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도 서로 충돌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방남 환영 측과 반대 측도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심지어 남성 또는 여성에 대한 혐오 집회까지 열어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고 하니 걱정스럽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를 외치며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어 이제는 만족한다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많은데 해결이 안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답답해하고 좌절하며 분노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 한국도 소송을 거는 경우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완벽하게 얻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져도 불행하고, 이겨도 불행한 것입니다.
세상에 문제는 많은데 해결책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원하는 결과를 얻더라도 언제 다시 빼앗길지 몰라 불안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면 너무 억울하고 견딜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게 나라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더욱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혹시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오해를 받더라도, 완전한 판결을 내려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좌절과 분노 대신 소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진실하게 행해도, 사람들이 내 진심을 몰라주고 오해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전부 다 보시고 정확하게 판정해주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보시기에 정직하게 사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