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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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에 박행자 집사님이 돌아가셔서, 어제 천국환송예배(발인)를 함께 드렸습니다. 월요일 저녁에는 상태가 나아지셨다고 했는데, 화요일 아침에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낮 12시 경에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박행자 집사님은 2006년에 새크라멘토(Sacramento, CA)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셨습니다.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잘 하시다가, 콜럼버스에 사는 아드님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이사를 오셔서, 집 근처에 위치한 우리 교회로 나오기로 정하시고 우리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처음 오셨을 때부터 건강에 약간의 이상(천식으로 인한 호흡 곤란 증세)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5주 과정의 <새가족반>에 열심히 참여하셔서 그해 11월에 활동교인으로 등록하셨고, 2008년 여름에 진행된 "생명의 삶" 5기에도 등록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수료하셨습니다. 심지어 개근상까지 받으셨습니다!
어제 천국환송예배를 준비하면서 "생명의 삶" 때 간증문을 쓰신 것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를 돌이켜볼 때, 건강상의 이유로 글로는 쓰지 못하시고 그냥 말로 나누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첫 번째 수업의 자기소개 시간 때, 캘리포니아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 오하이오에 온 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마음이 풀어진 채로 살았는데, 이제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생명의 삶"에 들어왔다고 말씀하신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찡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생명의 삶" 공부를 하실 때 60대이신 데다 건강도 안 좋으신 것을 알기에, 성경 요약 숙제로 인해 너무 무리가 되지 않으시도록 그냥 본문을 읽는 것으로 대체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스스로 한 번 해보겠다고 하시더니, 실제로 성경을 읽고 열심히 요약을 해 오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면서 성경 요약도 수업도 다 좋았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그 후 계속 교회생활을 하시다가 2년 전 정도부터 폐의 상태가 악화되어 입원과 퇴원을 여러 차례 반복하셨습니다. 어떤 때는 제가 찾아오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며, 알리지도 않고 그냥 입원했다 퇴원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또 입원하셨는데, 찾아뵈었을 때 저에게 "목사님, 이제 다 나았어요. 금방 퇴원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꼭 교회에 나갈 거예요."라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이번"이라는 시간이 오지 못하여, 우리와 한 번 더 같이 예배를 드리지 못하신 채 그냥 떠나가셨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화요일에 제 아내가 단기선교를 나가기 때문에 그 전에 인사를 드리려고 병원에 함께 갔었는데, 마취상태에서 숨을 굉장히 거칠게 몰아쉬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뜻밖에 의료진으로부터 그날을 넘기시기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놀라기도 하고 정신도 번쩍 들면서, 눈을 감은 채 괴롭게 거친 숨을 몰아쉬고 계시는 집사님을 향해 요한복음 14장을 읽어드리고 "집사님, 예수님을 믿으시죠?"라고 했더니,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금방 다시 눈을 감으셨는데, 다시 "집사님, 이제 하나님의 집에, 천국에 들어가시는 것을 믿으시죠?"라고 하니까 다시 눈을 뜨며 또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습니다. 확실한 믿음을 표시하시는 것을 보며 마음이 놓였고 참 감사했습니다.
언제 이곳을 떠나 주님 앞으로 가게 될지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매일 주님과 동행하는 가운데 주님이 기뻐하실 일들만 행하며, 거기에서 나오는 감사제목과 간증을 나누는 삶을 살겠노라고 다시금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