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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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저자들 중 마음에 대한 글을 많이 쓴 정신과 의사 이무석 박사가 있는데, 설교 때 종종 그분의 글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그분의 글을 읽다가 흥미로운 내용이 또 있어 여기에 정리해봅니다.
어느 패션디자인 회사의 여성 최고경영인(CEO)이 있는데,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디자인하는 옷마다 독창적이고 색채가 아름다워 돈도 잘 벌었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의 장점을 잘 찾아주고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유쾌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녀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입니다.
한 번은 그녀가 뉴욕의 거리에 서서 오랫동안 친구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약속을 안 지킨 친구 때문에 짜증날 만도 했지만, 늦게 와서 사과하는 친구에게 "괜찮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어찌나 다양한지, 사람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어."라고 하며 오히려 친구를 격려해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입니다. 교회의 장로이며 의사였던 아버지는 그녀가 용돈 천 원만 달라고 하면 이천 원을 주셨고, 어머니는 늘 미소와 함께 사랑으로 돌보아주셨습니다.
그러한 그녀와 아주 대조적인 또 다른 CEO가 있습니다. 레스토랑에 가면 그는 음식을 즐기지 못합니다.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아 종업원에게 지적하다 보면 기분도 상하고 밥맛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왜 신발을 정리한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만지느냐?" "왜 메뉴에 적혀있는데 음식이 주문이 안 되느냐?" 등등, 조금만 거슬리면 화를 내며 소리치기 때문에 식사 분위기가 엉망이 됩니다. 그래서 그와 음식점에서 만나본 친구들은 그 후에 다시는 그와 식사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항상 비관적이고 불만이 많습니다. 그에게 회사는 지옥이고, 회장은 사기꾼이고, 커피 자판기에서는 맹물만 나오고, 회사 직원들이 속으로는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일류대학을 나왔으며 정치권 실세의 딸과 결혼한 소위 '잘 나가는 CEO'라서 모두가 그를 부러워하지만, 정작 자기는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이혼하고 개가한 어머니를 따라 계부 밑에서 자랐는데, 계부는 차갑고 무서웠습니다. 더구나 어머니는 계부와의 사이에 태어난 동생만 사랑했기에, 캄캄한 골방에서 혼자 이불을 덮어쓰고 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악착같이 노력하여 늘 일등만 했고 마침내 성공했지만, 그의 눈에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적이며 자기를 무시하는 부모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이처럼 다 불행하게 됩니까? 아닙니다. 비록 어렵게 자랐어도, 성장하면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습니다. 어린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새 부모, 친척 어른, 선생님 등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면 불신의 무의식 세계가 안정되게 바뀔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다른 사람의 힘이 아니어도 좋은 책, 말씀 묵상, 설교, 유익한 친구와의 대화 등을 통해 불신의 무의식 세계로부터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따뜻한 배우자나 이웃과의 사랑의 교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유년기 부모님의 부족한 사랑을 탓하기엔 이미 인생에서 너무나 먼 길을 와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도 계속 부모 탓, 주변 사람 탓, 환경 탓을 하며 그저 그렇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갈 것인가? 그것은 매순간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랑의 나눔과 실천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사랑을 주고받는 곳이 바로 교회이며 목장입니다.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