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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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제가정교회사역원장이신 이수관 목사님(휴스턴서울교회 담임)이 쓰신 글 중 최근에 제 마음에 와닿았던 글을 정리해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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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앙을 처음 가지던 시절에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배에 잘 안 나오는 사람들을 향하여 “와서 말씀을 들어야 믿음이 자라지!” 하며 인용하시던 로마서 10장 17절 말씀입니다. 아마도 저뿐 아니라 많은 분이 이 구절을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흔히 말씀을 많이 들으면 믿음이 자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100% 맞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믿음의 길에 처음 들어선 사람은 일단 많이 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머릿속에 있는 세상적인 생각은 오랜 시간 그 사람 안에서 쌓여 온 것으로, 그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는 그것이 바로 그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생각을 바꾸고 오래된 고집을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주일 설교도 듣고, 부흥회에 가서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을 때 자신의 이전 가치관을 빨리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도 듣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들은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실천함으로 자기 오랜 사고나 습관과 실제로 싸워 이길 때, 들음에서 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원칙은 신앙이 어느 정도 자라고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믿은 연수가 많아지고 신앙이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많이 듣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신앙생활이 익숙한 사람들은 좋은 설교자, 좋은 간증자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인터넷을 뒤져가며 말씀을 듣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듣는 말씀은 예배 때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설교를 듣는 태도와는 사뭇 다릅니다.
그래서 설교가 시작되고 5분 정도 지나서도 마음에 와닿지 않으면 빠져나와서 다른 설교자의 말씀을 찾습니다. 간증도 지루함이 느껴지면 또 다른 간증자의 말씀으로 넘어가곤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듣는 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결국 자기가 듣기 좋은 말만 듣게 되고 자기에게 동의가 되는 말만 듣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말씀에 인이 박인다고 할까요? 그다음부터는 웬만한 설교자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귀가 높아지고 나면, 크리스천다운 삶을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도 자기가 믿음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믿음은 삶의 실천입니다. 부정과 불의로 가득 찬 세상에 살면서 내 안에까지 들어와 있는 불의와 싸우고, 세상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용서를 실천하고, 이웃을 섬기고 희생하고, 그런 가운데에서 우리에게 닥쳐오는 영적 공격 가운데 인내하고, 기쁨과 평화를 잃지 않는 온유한 사람이 되어 가는 등, 이러한 삶의 실천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따라서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습관적으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이름난 설교자들의 말씀을 골라서 듣는 태도를 멀리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삶의 실천을 격려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주일예배 중에 하시는 말씀을 간직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기도와 QT 시간에 주시는 말씀을 간직하며, 그것을 실천해 가는 것이 믿음이 나는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