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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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작년 이때쯤에는 어땠는지 궁금해서 주보와 목회편지를 찾아보니, 1년 전 이맘때 저는 미국장로교 연금국에서 주관하는 ‘크레도’(CREDO)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CREDO는 다섯 개의 영어 단어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Clergy(목회자), Reflection(묵상), Education(교육), Discernment(분별), Opportunity(기회)입니다. 그러니까 ‘목회자를 위한 묵상과 교육과 분별의 기회’라는 뜻입니다.
제가 작년 2월 플로리다에서 열렸던 크레도에 참석했을 때는 그보다 두 달 전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되고 한국에서도 감염자가 막 나오기 시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때 미국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이었으므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태가 될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뒤부터 미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격히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참석했던 크레도가 작년의 마지막 컨퍼런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노회에서도 제가 섬기는 위원회의 위원장 목사님이 5월에 열리는 크레도 컨퍼런스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올해는 어떻게 하는지 보니까, 상반기에는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하반기 계획은 6월에나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년 제 경험으로 볼 때, 크레도를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분들은 정말 안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회자들이 같이 모여서 예배하고, 강의를 듣고, 소그룹 나눔을 하고, 교제하고, 홀로 자연 속에서 또는 자신의 방에서 묵상과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각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 크레도의 원래 목적을 이루는 것이 거의 힘들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정상적인 스케줄이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이라, 작년에 마지막으로 정상적인 크레도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 동안 코로나 상황 가운데 이것에 대하여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특히 목회자의 전인적 건강(wholistic well-being)을 추구하는 크레도 컨퍼런스에서 변화를 위한 네 가지 단계마다 각각 던져준 네 가지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지난 1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네 가지 질문들은 이렇습니다. 첫째는 ‘정체성’(identity)의 단계로 ‘나는 누구인가?’ 둘째는 ‘분별’(discernment)의 단계로 ‘하나님은 나를 어떤 사람이 되라고 부르셨는가?’ 셋째는 ‘실천’(practice)의 단계로 ‘나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넷째는 ‘변화’(transformation)의 단계로 ‘나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지난 1년 동안 코로나 사태 때문에 우리의 일상이 바뀌고 교회도 다 함께 모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목회자로서 더욱 말씀과 기도와 예배의 사람이 되라고 부르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로 라이브영상 목회편지를 시작하며 주중에 말씀을 나누었고, 온라인 삶 공부들을 통하여 성도님들이 계속 말씀을 함께 공부하도록 인도했으며, 또 수요예배에서는 오랜 만에 기타를 치며 찬양을 인도했습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코로나 상황에서, 성경뿐 아니라 책도 더 많이 사서 읽으며 개인 영성을 다지는 가운데 오히려 더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