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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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활절 때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때였는데, 그 시기에 미국이 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당시 확진자 수는 52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2만 명이 넘어서 너무 많다고 생각하며 큰일이라고 불안해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확진자 수가 3천만 명이 훨씬 넘었고 사망자도 55만 명이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1년 사이 확진자는 무려 60배, 사망자는 27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놀랍고 감사한 일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5일 연속 500명이 넘었는데, 집단발병이 발생한 원인이 주로 주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하철 같이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거리를 지키기 어려운 곳이라도 마스크를 잘 쓰고 있으면 괜찮지만, 주로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거나 술 또는 음료수를 마실 때 감염이 발생한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빠르게 백신을 개발하여 보급한 결과 미국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틀 전 나온 미국 CDC(질병관리예방센터)의 새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백신 접종을 다 마치고 2주가 지난 사람들끼리는 마스크를 벗고 실내에서 만날 수 있고, 여행도 조심은 하되 이전보다는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조정되었습니다.
또 어제 CDC 통계를 보니까 주목할 만한 숫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65세 이상 되는 시니어들 중에는 무려 75%가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까지 다 끝낸 사람들도 55%나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추세로 계속 나간다면 몇 달 안에 성인들 대다수가 접종을 마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도 서로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때가 오는 것입니다.
지난 주일에 북미가정교회사역원 주최로 ‘북미 목자 연합수련회’가 저녁 때 3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저희 부부까지 여섯 가정이 참석했는데, 전체적으로 1,200명이 넘게 참가했습니다. 그때 발표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랍게도 다른 교회들은 모여서 대면 목장을 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굉장히 조심하면서 음식을 먹을 때는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았고,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한 채 넉넉히 거리를 두고 앉아서 모임을 가졌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는 지난 1년 동안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해 조심하며 대면으로 모이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주로 모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백신 접종을 받은 분들이 다수가 되면, 조심하는 가운데 조금씩 모이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로 비대면으로 모여 왔는데, 앞으로는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 외에, 상황이 좋아진 후에도 현장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목장 모임이나 삶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게으름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영적 상태가 어떤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습니다. 아직 이 상황이 끝나려면 한참 남았지만, 이번 부활절에는 그래도 희망이 보이니 감사합니다. 이 기간이 끝나기 전에 나 자신이 주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점검해보고, 앞으로는 게으름을 물리치며 더 큰 열정으로 신앙생활을 하도록 결단해야겠습니다. 주님 앞에서 더 이상 코로나 핑계를 댈 수 없는 때가 곧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