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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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계 신문들을 보면 좋은 훈련 프로그램들과 성경공부들이 정말 많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훈련을 받고 성경공부도 열심히 합니다. 지난 번 LA에 갔을 때 보니까 열심히 하는 교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열정적인 예배 가운데 설교를 경청하며, 성경도 열심히 읽고 공부하는 교인들이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크리스천들의 삶이 크게 변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을 봅니다. 다시 말해, 열심히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공부하며 제자훈련을 한 것이, 실제 삶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는 말입니다. 여전히 이전의 생각과 방식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안 믿는 사람과 비슷합니다.
그 주된 원인은 지식 위주로만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제자훈련은 성경공부를 통하여 가르쳐서 제자를 만들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그렇게 설교와 성경공부를 통해 가르쳐서 제자 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누구든지 성경 말씀을 배우고 깨달으면 삶이 바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믿음은 17세기 서구에서 시작된 계몽주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계몽주의자들은 인간의 근본 문제를 무지로 보았기 때문에, 지식 교육을 통하여 무지가 사라질 때 이상적인 사회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철학의 꽃을 피우고 지식수준이 높았던 독일 사람들이 유태인 수백만 명을 학살하는 엄청난 만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지식과 지성으로 인간이 바뀌는 게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성경공부가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삶 공부'들도 모두 성경을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성경공부는 예수 믿고 나서 크리스천으로서의 기초를 놓아주고 삶을 바꾸는 데 필수입니다. 반드시 성경을 공부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소위 '초신자' 시절을 지나서도 계속 성경공부만 하게 되면 머리만 커진 신앙인이 되고 맙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크리스천으로서 삶이 변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몰라서가 아닙니다. 매주 예배에 참석하여 설교만 들어도 크리스천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충분히 배웁니다. 변화가 안 되는 주된 원인은, 옛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지식만 쌓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영접함으로 구원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고 해서, 잘못된 생각을 하거나 잘못된 감정 반응을 보이거나 잘못된 결정을 하는 습관에서 즉시 벗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삶이 변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잘못된 습관들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의 모습에 합당한 습관들로 대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습관은 한 번 결심하고 헌신했다고 금방 바뀌지 않습니다. 삶이 변화되려면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며, 그것도 반복적으로 해야 합니다. 섬김과 순종과 사랑과 용서는 한 번이 아니라 꾸준히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그렇게 옛 습관이 새 습관으로 대치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연습의 장이 바로 목장입니다. 목장식구들과 서로 부대끼는 가운데 삶이 변화되는 것입니다. 서로 지내다 보면 갈등이 생기고, 그러면 마음이 참 힘들지만, 그래도 말씀에서 배운 대로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기 위해 애쓸 때 자신이 깨어지면서 변화를 체험하게 됩니다.
특히 목자 목녀로 제대로 섬기게 되면 변화되는 데에 더욱 유리합니다.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 권리, 싫은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권리, 도망칠 권리, 섬김을 받을 권리 등은 다 포기하고, 대신 힘들어도 참고 이해하고 용납하고 섬길 수밖에 없는 처지로 자신을 몰아넣었기 때문에, 삶이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