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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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저희 아들 은우가 대학교 기숙사로 이사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휴스턴에 같이 다녀왔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이 아니라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했기에, 짧게 휴가를 내고 토요일에 갔다 월요일 밤 늦게 돌아왔습니다. 이전에는 휴가를 갔을 때도 목회편지를 썼지만 몇 년 전부터는 아무래도 휴가 때 글을 쓰는 게 힘들어서 휴가 중에는 목회편지를 못 쓰고 있습니다. 이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은우는 지난주일(15일)이 기숙사에 들어가는 날이었는데, 학교 측에서 신입생들에게 오전 7시부터 11시 사이에 도착하도록 시간을 정해주었습니다. 은우는 아침 8시 40분으로 배정되었는데, 기숙사 방을 정리할 시간을 준 다음 11시부터 곧바로 신입생 환영식 및 오리엔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원래 참석하려고 생각했던 휴스턴서울교회 영어회중 예배 시간(오전 9시, 11시)을 맞출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하나님께서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 부모의 축복을 받고 갈 수 있게 기회를 주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호텔방에서 예배드리며 마지막에 부부가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축복해주었는데, 은우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배를 드린 후 함께 학교로 갔는데, 차를 타고 기숙사 건물 앞까지 갔더니 신입생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선배들이 나와서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피켓을 흔들며 대대적으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게다가 팀을 짜서 신입생들이 가져온 짐들을 모두 방으로 옮겨다주기까지 하니 정말 고마웠습니다.
기숙사 방 정리를 도와주러 갔더니 룸메이트가 이미 와 있었고, 그 아이도 알칸사 주에서 목회하시는 한인 목사님 아들이었습니다. 서로 몇 달 전부터 알고 미리 연락을 취하다가 학교에 룸메이트 신청을 같이 했는데,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룸메이트가 된 것입니다. 둘이 성향이 비슷하고 잘 통하는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오전 11시에 다 같이 모여 기숙사 담당 교수들과 리더들 소개를 하고, 부모와 마지막 굿바이 하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가기 전에 몇몇 분들이 저희에게 아들을 두고 올 때 눈물이 날 거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많은 부모들 특히 엄마들이 자기 아이와 마지막 굿바이 허그를 하며 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감사하고 좋아서 마냥 싱글벙글 했습니다.
좋은 학교에 올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학생들이 서로 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여서 감사하고, 무엇보다 좋은 교회가 있어서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 감사합니다. 학교에서 그 교회에 다니는 학생들이 70~80명이나 되고, 며칠 안 되었는데도 형들 누나들이 벌써부터 잘 챙겨주고 있다고 하니 참 감사했습니다. 어제 벌써 어떤 형이 한국 마트를 데리고 간다고 좋아하더군요.
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으로 흩어진 후 저희도 학교를 떠나 휴스턴서울교회 3부 예배(오후 2시)에 참석했습니다. 주로 싱글 청년들이 나오는 예배였는데, 찬양으로 시작할 때부터 벅찬 감동과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예배 후 더 필요한 것들을 사서 은우에게 가져다주었고, 그 다음 날 진짜로 굿바이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일주일 되었는데 물론 아들을 가끔 보고 싶기는 하지만, 요즘은 워낙 문자나 사진을 수시로 주고받을 수 있어서 어떻게 지내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참 좋습니다.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이 모든 은혜에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